마약이 평범한 일상생활에까지 마수를 뻗쳤다. 최근 서울 대치동 학원가는 마약 음료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경찰은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이 담긴 음료수를 건넨 용의자 일부를 검거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국내 최대 학원가인 서울 대치동에서 학생들에게 시음행사라고 속여 마약 음료를 건넸다. 드러난 피해 학생은 6명이다.

일당은 고교생들에게 구매 조사를 한다면서 부모 연락처를 받았고, 대포폰을 사용해 500만원을 보내라고 부모들을 협박했다. 돈을 안 주면 자녀의 마약 복용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했다. 클럽 등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술이나 음료에 몰래 마약을 탄 뒤 범죄를 저지르는 수법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더욱 대담해진 것이다.

지난달 7일 경찰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14세 여중생을 입건했다. 이 학생은 텔레그램으로 필로폰을 쉽게 구했다. 마약 구입이 쉬워지면서 검거된 10대 마약사범만 2018년 104명에서 2022년 294명으로 급증했다. 심지어 10대 ‘마약상(商)’도 출현했다. 지난 1월 인천의 고교생 3명이 필로폰을 팔다 경찰에 붙잡혔다.

마약과의 전쟁은 이미 선포됐지만 범죄 규모는 커지고 수법은 날로 대담해지고 있다. 특히 청소년 마약 범죄가 심상치 않다. 10대 마약사범의 증가는 당국의 단속·관리에 허점이 많다는 뜻이다. SNS를 통한 주문, 암호화폐로 대금 지급, 비대면 배송 등의 다양한 통로로 10·20대 사이에서 마약이 판친다.

특히 중국 등에서의 대량 유출로 마약 값이 싸지자 구매도 쉬워졌다. 지난해 전체 마약사범(1만 8395명) 중 10·20대가 34.2%였다. 2017년에는 해당 비율이 15.8%밖에 안 됐다.

청소년이 동경하는 연예인과 사회 지도층 자제의 잇따른 마약사건도 경각심을 무디게 한다. 배우 유아인과 전직 대통령 및 대기업 창업주의 손자, 유명 정치인의 아들 등 상류층의 마약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약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다량의 마약을 소지하고 14차례나 투약한 작곡가 돈스파이크는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일반 연예인이나 상류층 마약사범들도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는다.

2016년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한국도 이제 처벌을 강화해 재범을 막고, 집중수사로 유통 조직을 뿌리 뽑아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마약수사청’ 신설 법안도 신속한 통과가 필요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은 “마약이 고교생에게 스며든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마약 조직을 뿌리 뽑으라”고 밝혔다. 마약 범죄는 예방을 강화하고 마약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퇴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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