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선 공약이었던 기본대출을 또 꺼내 들었다.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기본사회위원회가 4일 주최한 ‘기본금융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다. 그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많은 돈을 저리로 빌릴 수 있지만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빌려도 소액에 고리 이자가 부과된다”며 기본금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성인 누구에게나 1000만원까지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정부가 보증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3000만명의 성인 인구가 1000만원씩 대출을 일으킨다면 300조원이 된다. 돈을 떼일 확률이 높은 부실채권 비율이 6% 정도인 대부업체 사례를 적용하면 매년 18조원을 정부가 혈세로 메워야 한다. 작년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고, 올 들어 세수 펑크로 나라 곳간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만 된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악성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빚부터 내고 보자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채무 불이행에 따른 신용불량자만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대출은 필요하다. 하지만 마치 대출을 권장하는 듯한 보편 금융 지원은 매우 위험하다.

최근 저신용·저소득자에 5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 생계비 대출 상담에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을 보면 고금리·고물가 상황에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성인 누구에게나 저리로 대출을 가능케 한다는 기본 대출은 그 근거부터 반시장적이다. 자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금리차를 이용하려 불요불급한 대출 신청이 몰릴 수 있고, 안 그래도 심각한 가계부채 규모를 더욱 키울 수 있다. 돈을 떼일 위험이 작은 고신용자에게 낮은 이자를, 반대 경우엔 높은 이자를 물리는 건 경제학의 기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실리콘밸리은행(SVB)처럼 파산할 수밖에 없다.

빚을 권하는 기본대출로 ‘빚공화국’을 조장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는다. 만약 내 돈이라면 이런 퍼주기 포퓰리즘을 결코 입 밖에도 꺼내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기본대출이 무리수이며 자칫하면 여야 간 퍼주기 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재고하기를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