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그제 성남 분당에 있는 다리의 인도 108미터 중 50미터 가량이 붕괴됐다. 보행자 한 명이 사망했고 다른 사람은 중상을 입었다. 늘 다니던 인도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들도 많이 놀랐을 것이다.

국민이 세금을 내 국가기관을 운영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월급을 보장하는 이유는 국민의 안전과 민생을 살피라는 데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기관은 더 이상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조차 하다. 그들을 믿다가 목숨 잃고 몸이 아파 평생 고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고 하지만 책임 소재를 가려내기 위한 사후 대응책일 뿐이다. 지금까지 사고와 참사가 너무나 빈번히 발생했다. 하지만 사회 전체 차원에서 국민 안전을 국가적인 과제로 설정하고 근본 원인 파악은 물론 재발방지책을 세우지 않았다. 같은 참사와 안전사고가 나고 또 나는 이유다.

성남시는 사람이 다니는 인도가 붕괴될 때까지 무엇을 했는가? 6개월 전에 양호 판정을 받은 다리라니 어이가 없다. 사고가 절대 날 수 없도록 모든 구조물과 건축물의 안전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사고 가능성이 0.000001%라도 있다면 원인을 확실히 제거해야 한다. 이게 바로 국가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사고가 나면 늘 하는 말이 있다. 처벌 위주로 하지 말고 원인에 대한 파악과 동시에 법과 제도의 변화, 안전 책임자의 확충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 같아 보인다. 하지만 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고는 나기 마련이다’는 태도를 갖고 있거나 사고 초기 대응을 소홀히 해서 대형 참사로 변화되도록 화를 키운 공직자와 공공기관 근무자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중에 따라 다른 처벌이 필요하겠지만 책임에 걸맞은 처벌은 불가피하다. 법제 미비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죄를 경감시켜주는 풍토가 화를 키운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성남 인도 붕괴사고는 사전에 철저한 점검으로 막을 수 있었고 반드시 막았어야 했다. 사람이 길 가다 죽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지옥이다. 지옥의 문을 연 자는 지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엄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신상진 성남시장과 김명수 분당구청장은 당장 사퇴하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무능과 무대책으로 이태원 참사가 나서 159명이 목숨을 빼앗겼고 현장에 있던 수천수만의 사람이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은 오늘도 거리 곳곳에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책임 있는 공직자 누구 하나 진정성 있게 응답하는 이 있는가?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도, 스텔라데이지호 참사도, 가습기살균제 참사도 진상규명을 어물쩍 넘기거나 중도에 포기했다. 참사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어제도 오늘도 눈물과 한숨, 설움과 분노로 세월을 보내고 있고 내일도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이들이 진정 진상규명이 됐다고 느끼고 인정할 때 인도 붕괴사고 같은 ‘반생명·반안전’의 흑역사도 사라질 것이다.

이번과 같은 사고가 나면 지자체 이곳저곳에서 점검하는 시늉을 한다. 그렇게 해서는 참사를 막을 수 없다. 지자체와 정부, 지방의회와 국회가 국민의 안전을 제일의 가치로 삼고 국민 안전 종합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생명·안전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의 일로 바뀌게 된다.

사회의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생명·안전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민이 직접 나서고 참여할 때 길 가다 목숨 잃는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시민이 권력과 자본, 국회와 행정부, 감사원과 사법부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거두면 국민의 안전은 위태로워진다. 나의 안전이 남의 안전이고 남의 안전이 나의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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