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원부자재값에 인건비·물류비 등 각종 비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기업에 ‘물가 안정’이라는 이유로 가격 인상 자제만 요청하고 있어요. 이미 많은 기업이 작년, 재작년 이후 수익성은 감소하고 내부적으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느끼고 있는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어요.”

최근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각종 비용 상승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정부에 지친 한 식품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둔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는 지속 오르고 있어 정부는 서민 경제 부담을 이유로 물가 식품·주류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심지어 정부는 주류업계를 대상으로 주류 가격 인상 요인과 업계 동향, 시장 구조 등을 살펴보는 등 실태조사에 나섰으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식품업계에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억제해 달라”고까지 요구했다.

이에 식품·주류업계는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기도 하는 등 ‘가격 동결’을 결정했다. 다만 당장 해결책도 없는 데다가 정부와 소비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재 상황이 답답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내 매출 100대 기업(금융·공기업 제외) 중 작년 실적이 공개된 80곳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총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186조 9014억원, 164조 6786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20.9% 증가, 영업이익은 2.5%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 감소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비용 증가’를 꼽을 수 있다. 2년째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잿값은 크게 올랐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물류 공급의 어려움 및 물류비·인건비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비용 증가는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여기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기업이 내부적으로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이게 곧 기업의 수익성 감소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했거나 예고하는 등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높은 원가 부담으로 올해 1분기 실적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정부의 요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소주 6000원’ 논란에 인상 가능성을 보고 정부는 주류업계에 자제를 요청했다. 이에 수입 주류의 가격은 계속 인상을 이어가는 반면 국내 주류업계는 가격 동결 공식 입장을 냈으면서도 내부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달부터 맥주 세금 인상이 예정돼 있으며 맥주 주세는 리터당 885.7원으로 전년 대비 30.5원 올랐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기업은 죽어나고 정부는 가격 자제 요청만 하고 있다”며 “일반 음식점에서는 소주나 음식 가격을 계속 올려도 거기에 대한 정부의 제재는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업계는 정부와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고 자제한다고는 하지만 다들 지금 상황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아울러 당장 마땅한 대책이 없는 정부의 가격 자제 요청도 장기간 이어지는 것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 없는 억울함이 아닌 타당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업에만 정부는 무조건 식으로 ‘가격 인상 자제’를 외치며 압박을 넣어서는 안 된다. ‘민생 안전’을 내세웠던 정부는 물가 인상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와 기업 모두의 부담을 덜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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