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부터 외식물가지수 하락세
올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8%
정부, 실태조사&인상 자제 요청 나서
4월도 치킨·주류 등 가격 오를 예정
식봄, 식자잿값 전년比 평균 17.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점심시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가격표 모습. ⓒ천지일보 2022.10.0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점심시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가격표 모습. ⓒ천지일보 2022.10.05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물가가 다소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식당 음식값에 치킨, 주류 등의 먹거리 가격까지 잇따라 올라 물가 안정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해서 빵·과자·아이스크림·생수·치킨·주류 등 다양한 먹거리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외식·가공식품 등 먹거리는 지난해부터 공공요금과 함께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5% 오른 115.45다. 2022년 외식 물가 상승률은 오름세를 보이다가 9월(9.0%)에는 30년 2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2022년 10월 8.9%, 11월 8.6%, 12월 8.2%, 2023년 1월 7.7%, 2월 7.5% 등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8%로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왔다.

이처럼 물가 둔화 흐름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에서 가공식품 및 외식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어 물가 안정이 지속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소줏값 6000원’ 논란에 정부는 주류 가격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정부는 식품업체들에도 원가를 절감해 가격 인상 요인을 자체 흡수해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인건비 상승 등의 부담으로 앞으로도 가격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은 크다. 식품업계도 주류업계도 원가 및 비용 부담은 여전히 높고 수익성은 감소하는 상황에서 원가 부담을 감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이에 올해도 연초부터 햄버거, 생수, 과자, 빵, 주류 등 각종 제품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지난달에는 롯데리아와 파리바게뜨, 농심켈로그, 롯데제과, 웅진식품, 롯데칠성음료, 제주도개발공사, 하이네켄코리아 등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오는 4월에도 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다. 교촌치킨은 오는 4월 3일부터 품목별 500~3000원의 가격 조정을 시행한다. 간장 오리지날 제품 가격이 1만 6000원에서 1만 9000원으로 올라 인상률이 18.8%에 달했다. 블랙시크릿 등 일부 신제품은 가격 조정 없이 동결된다.

내달 3일부터 편의점에 들어가는 ㈜우리술의 ‘가평잣생 막걸리’와 ‘톡생막걸리’ 등 2종 가격은 18~24% 오른다.

오비맥주는 이달 말부터 버드와이저·스텔라아르투아·코로나 등의 수입 맥주 가격을 평균 9.1% 인상할 계획이며 산토리는 4개 위스키 브랜드 11종의 가격을 오는 7월 1일 출하분부터 20% 올린다.

남양유업은 다음달부터 맛있는 두유 지티(GT) 담백한맛과 달콤한맛 2종, 맛있는 두유 지티 검은콩+17곡 등의 가격을 평균 4.7% 상향 조정한다. 또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RTD(Ready To Drink) 컵커피’ 제품의 판매가를 10~12% 올린다. 대상 제품은 프렌치카페 250㎖ 4종과 프렌치카페 320㎖ 4종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은 줄어들고 원자재에 각종 비용이 올라 내부 사정은 좋지 않다”며 “가격 인상 요인은 확실히 있지만 소비자의 부담도 느끼고 정부의 요청에 따라 다수의 기업이 가격 조정에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자장면 재료값 인상률. (제공: 마켓보로, 한국소비자원)
자장면 재료값 인상률. (제공: 마켓보로, 한국소비자원)

외식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외식 부문 39개 품목 모두 1년 전과 비교해 가격이 올랐다.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이 2월 말을 기준으로 자장면, 김치찌개, 비빔밥 등 서울 지역의 8대 외식 상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1년 전보다 10.4% 상승했다.

이같이 식당 음식값이 오르면서 음식의 재료인 식자재 가격도 1년 사이에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푸드테크 스타트업 ‘마켓보로’가 자사의 외식 사업자 전용 식자재 구매 앱 ‘식봄’에서 판매되는 식자재 2015개의 지난달 말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에 비해 평균 17.6% 인상됐다.

전체 상품 가운데 84.4%(1701개)가 올랐으며 가격이 내린 제품은 9.4%(190개)에 그쳤다. 가격 변동이 없었던 식자재도 6.2%(124개)였다.

소비자원이 조사한 외식 상품 가격과 비교하면 음식값보다 식자재 가격이 더 오른 셈이다.

8대 품목 중 가장 높은 상승률(16.5%)을 보인 자장면의 식재료를 식봄에서 살펴보면 음식값 인상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자장면에 사용되는 밀가루(제면용 20㎏)는 1년 새 15.5%, 식용유(18ℓ)는 22.0%, 춘장(볶음춘장 10㎏)은 8.8% 올랐고 양파(15㎏)는 무려 182.5% 상승했다.

주요 식자재 가격 인상률. (제공: 마켓보로)
주요 식자재 가격 인상률. (제공: 마켓보로)

식당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제품인 단무지는 10.2%, 참치캔은 39.5%, 자연산 치즈는 34.8%, 멸균우유(1ℓ)는 22.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스위트콘 가격은 121.2% 올랐다.

그나마 식당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식자재인 쌀(국내산 혼합미 20㎏)은 풍년으로 지난해보다 가격이 6%가량 하락했다.

서울 상수동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은 “올해 초 식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메뉴 당 500~1000원씩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망원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백원영(가명)씨는 “전체적인 식자재 가격이 올랐지만 손님들 눈치 때문에 가격이 30% 오른 연어 관련 메뉴만 값을 올렸다”며 “식자잿값 상승에다 가스 가격 인상 부담까지 식당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가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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