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모두발언서 밝혀

방일 결과 野 비판 겨냥해선

“반일 통해 이득 취하는 세력” 주장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3.3.21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3.3.21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또다시 한일관계 경색 원인을 문재인 정부 책임 탓으로 돌리며 야권을 겨냥해서는 반일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갈수록 커지는 방일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도 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의지를 재차 확인하며 연일 ‘친일 세력의 준동’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는 야권과 시민단체의 지적에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인데 윤 대통령의 바람대로 흘러갈지 관심이 쏠린다.

◆“日, 이미 수차례 과거사 사과”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문 정부가 “수렁에 빠진 한일 관계를 방치했다”면서 “한일 관계를 방치하는 건 대통령의 책무를 져버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과 야권을 싸잡아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라고도 주장했다.

특히 한국 식민 지배를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과 표명을 한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2010년 ‘간 나오토 담화’ 등을 거론하며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사과의 진정성 문제는 따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어 “앞으로도 한일 두 정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는 셔틀외교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면서 “때로는 서로 간 이견이 생기더라도 한일 양국은 자주 만나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며 “지금 우리는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일 관계 정상화는 결국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우리 국민과 기업들에게 커다란 혜택으로 보답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미래세대 청년세대에게 큰 희망과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한다”고 덧붙였다.

◆한일관계 정상화 효과에 상당 할애

윤 대통령은 논란을 촉발시켰던 강제동원 피해 배상금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물론, 한일 관계 정상화에 따른 전방위 협력 강화 효과를 나열하는 데도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우리 측의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토록 산업부 장관에게 지시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최근 발표한 경기 용인의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을 유치하는 방안 등도 소개했다. 이미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선언을 통해 한일, 한미일 군사정보 협력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앞서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진행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해 지소미아 정상화는 별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나아가 양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즉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의 추진 과정에서도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동북아 역내 대화와 협력 활성화를 위해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재가동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미중 전략경쟁,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북한 핵 위협의 고도화 등 우리를 둘러싼 복합위기 속에서 한일 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명분을 앞세웠는데, 이는 대중 포위망 구축이 목표인 미일 군사동맹의 하부 구조로 들어가는 선택을 기꺼이 하겠다는 뜻이기도 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속화하고 있는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의 희생물이 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尹, 대국민 설득 통할까

윤 대통령은 이날 25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방일 결과를 두고 ‘굴종’ ‘숭일’ 외교라 공세를 펴는 야권을 반일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세력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한일 관계 정상화 효과를 일일이 나열하며 정국 반전을 시도하는 모양새지만 설득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안팎에선 되려 우리 국민이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을 건드린 셈이라 정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무엇보다 우리의 아픈 역사인 과거사 문제를 한일 관계 정상화를 막는 걸림돌이라고 치부했다는 게 가장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가가 풀어야 할 문제를 피해자 측 책임으로 떠넘기는 해괴한 논리라는 목소리로 나온다.

윤 대통령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모르겠다’는 질타와 함께 윤 대통령과 윤 대통령을 둘러싼 대통령실이 일본 덕분에 조선이 근대화됐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포위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실제로 “한일관계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결단 덕분에 세계적 기업이 등장했다”는 이날 표현은 일본의 식민지배 주장과 맥이 닿아 있다.

이런 대통령의 인식은 우리 이익과 일본의 이익을 구분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 지소미아 정상화를 통화 한미일 군사정보 협력 강화, WTO 제소 철회, 수출규제 해제와 이와 맞물린 일본 소부장 유치 등 윤 대통령의 최근 결정이 전부 일본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얘기다.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부채가 수면 아래에 있다가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더니 최정점에서 친일을 정당화하는 행태로까지 부상했다는 탄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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