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용 변리사

미국과 소련이 한창 항공우주 기술로 경쟁할 때, 미국에서는 우주에서 어떤 필기도구를 가져가야 잘 쓸 수 있을 것인지 궁금했고 여러 방면으로 궁리하며 착상했으나, 결론을 내릴 수 없어서 소련 항공우주 관할 부서에 정보원을 급파했다. 정보원이 정보를 입수한 바에 의하면 연필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루에도 엄청난 숫자의 아이디어, 특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고심해 만든 내 특허를 훔치는 것을 장려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정답은 이종 분야라면 그럴 수 있다. 이미 다른 영역에서 존재하는 특허 분야의 문제해결 기술을 벤치마킹해서 빠르면서 낮은 비용으로 제품에 혁신을 기하겠다는 발상이다.

물론 특허 침해의 우려가 없는 기술 분야라고 하는 범위 즉 이종 분야를 먼저 인식해야 한다. 해당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기술 개발을 위해 통상적으로 참조하는 기술 분야를 동종 분야라고 말하며 이를 뛰어넘는 분야를 이종 분야라고 말한다. 원칙적으로 해당되는 기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통상 참고하는 기술 분야 이외를 전부 이종 분야로 넓게 해석한다.

쉽게 말해서 전기 분야에서는 사용하고 있었는데, 기계 분야에서는 통상적으로 참조하지 아니한다면 새롭게 채택할 수 있고 벤치마킹해서 제품의 혁신을 가할 수 있게 된다. 스티브 잡스도 여러 번 인용한 피카소의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말이 어울리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기술로 두나미스덴탈 기업은 도난 방지 태그 탈부착기술을 치과에서 절삭에 사용하는 시술기구인 핸드피스를 발명할 때 사용했다. 기존 기술인 금연패치 기술을 활용해 필름 형태의 미백제를 개발한 P&G기업도 있다.

또한 철탑이나 풍력발전에서 사용하는 기초기술이나 굴착기술을 활용해 지반에 구멍을 뚫는 굴착도구인 확공비트의 신제품을 개발했다.

특히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 기술 자립을 위해 다각적으로 발상의 전환을 이룬 분야 중 하나가 이종 분야 기술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특허 출원까지 이뤄낸 것이다. 반도체가 아닌 자동차 강판 표면의 알루미늄 산화막 구멍을 제거하는 이종 분야의 기술을 적용해 반도체 장비 부품 생산시 부품 표면에 있는 알루미늄산화막의 미세구멍에 이물질로 반도체칩 불량을 유발하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했다.

이종 분야뿐만 아니라, 자연과 동물을 잘 연구해 새로운 방식의 특허로 출원을 하기도 한다. 아르마딜로의 모양을 보고 접이식 자동차를 만들기도 한다.

이와 같이 이종 분야의 기술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중에 부닥친 문제를 잘 분석한 후, 원인을 분석하고, 특허 검색식을 구성해 그 결과를 분석한 후 문제를 해결해보는 방식을 취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특허 1건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주변 발명에 대해 목적이나 구조, 작동방식이나 원리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여러 건으로 특허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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