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용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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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앞에서 특허 강의할 기회가 있어서 강의하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지금은 사라진 공룡들, 코닥과 노키아를 모른다.

100년 이상 필름 시장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코닥, 필름시장의 90%, 카메라 시장의 85%를 점유했던 초초격차 기업으로 1996년 절정기에는 160억 달러에 이르는 매출로 브랜드 세계 5위였던 기업을 모른다. 코닥은 동업자였던 폴라로이드와의 특허소송에서 패소했다.

1948년 전자스틸사진기 즉 최초의 디카를 발명하는 뛰어난 기술을 가졌고, 심지어 앞으로 세상은 2010년에 디카로 전환된다는 보고서까지 만들었으나, 필름 시장이 곧 디카로 대중화되리라고 예견하지 못했다.

이후 특허소송의 패소로 인해 손해배상 8.7억 달러, 판매품을 사들이는 데 5억 달러, 변호사 비용 1억 달러, 4만 1000명의 해고와 34억 달러 지불과 부채 67억 달러, 특허 1100건은 5억 3000만 달러로 매각됐다.

또한 핀란드의 국민기업 노키아는 안테나도 없고, 카메라만 있는 현재의 스마트폰과 가장 근사하게 아이폰 출시 3년 전에 이미 스마트폰을 개발했으나, 스마트폰 개발로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내부 오판에 개발이 중단됐고, 2007년 아이폰 혁명, 터치와 앱스토어 혁명으로 무너져 내렸다. 내부 오판과 2007년 스마트폰 혁명으로 100년 이상 된 바벨탑이 삽시에 무너진 것이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휴대폰 부문은 분명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으나, 특허는 매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키아는 지난 20년간 1230억 유로로 연구개발에 투자했고, 라이선스 수입만 보더라도 16억 유로에 육박하며, 이들 특허를 활용해 벤츠나 다임러 등 자동차 기업들과 소송 중에 있다. 애플만 보더라도 46건의 특허소송이 계류 중이다.

1991년부터 1993년까지 매년 적자 16억 달러에 달했던, 하드웨어의 강자 IBM은 위기에 봉착하자 새로운 최고 경영자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새로운 CEO는 변신을 꾀했다. 하드웨어 강자에서 소프트웨어 강자로 변신해 흑자 매출로 만든 것이다.

이후 그대로 현상유지 했을까? 위기의식을 갖고 인프라운영서비스에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서비스 체제로 전환해 새로운 모험을 했다. 고객사 자체 클라우드와 함께 외부 IBM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참고로 미국 특허등록 1등을 단 한 차례도 놓치지 않은 기업이 IBM이다. 물론 적자 기업일 때도 특허전략은 지속적으로 불타오른 것이다.

이밖에 한때 필름 시장만 공략했으나 매년 1000건 이상의 특허출원을 하며, 정밀화학에서 제약과 바이오 기업으로 신시장에 진출하는 모험을 감행해 투지력을 드높인 후지필름 기업이 있다.

우리는 실리콘밸리 구글캠퍼스 앞에 놓인 공룡의 뼈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변혁과 모험에 둔감할 때 눈 깜짝할 새 사라지는 공룡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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