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닭찜을 한문으로 ‘계증(鷄蒸)’이라 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우리의 관혼상제 중 혼례에서 신부가 시부모와 시가의 사람들에게 절을 하는 현구례(見舅禮) 때 신부 집에서 장만해온 닭찜 등과 술을 올리며 절을 한다. 요즘에는 이 현구례(見舅禮)를 폐백이라고도 한다.

전통과 예절을 중시하는 안동에서의 닭찜은 혼례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닭에 간장 양념을 넣고 끓인 닭찜이 1970년대부터 안동의 구 재래시장에서 생닭을 잡아 폐백닭을 만들어 팔던 상인들이 찜닭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 ‘안동찜닭’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학자인 탄옹(炭翁) 권시(權諰, 1604~1672)의 ‘탄옹집(炭翁集)’ 12권 제문(祭文)에 닭에 술과 밤을 넣어 찐 닭찜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혼례에만 올리는 음식은 아닌 것 같다.

연계찜(軟鷄蒸)은 1795년 정조 19년 ‘원행을묘정리의괘(園幸乙卯整理儀軌)’ 수랏상에 그리고 1848년(헌종 14), 1901년(광무 5), 1902년(광무 6) 잔치에 나오는 요리다.

정조 20년(1796) 6월 18일 임금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惠慶宮 洪氏)에게 올리는 진찬(進饌)에도 닭찜이 올라가 있다(일성록, 日省錄).

고종 역시 대왕대비전에 닭찜을 올리라는 전교를 두 차례에 걸쳐 내렸다.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고종 14년(1877) 10월 24일, 고종 23년(1886) 10월 22일 주로 10월에 닭찜을 올리라 한 것으로 보아 여름 더위에 지쳐 기력이 허약해진 대왕대비에 대한 효심에서 나오는 보신음식으로 닭찜을 권했던 것 같다.

닭찜에 대한 요리는 정일당 남씨(貞一堂 南氏, 1840~1922)가 나이 열다섯 살 되는 해(1856년)에 필사한 한글조리서 ‘정일당잡지(貞一堂雜識)’에 나온다.

이 고서에 ‘기름진 암탉을 잠시 삶아 꿩고기나 소고기를 소로 하여 생강, 후춧가루, 양념을 갖추어 속에 넣는다. 기름을 치고 간장국으로 간을 맞추어라. 항아리의 부리를 기름종이로 싸매고, 솥에 중탕하되, 나무를 가로질러 놓고 항아리 부리를 매양 달아서 끓을 때 기울어 넘어지지 않게 한다. 아침부터 낮까지 끓여 무르익거든 뼈를 발라 버리고 그 국물에 후춧가루로 양념을 하여 써라’라고 그 조리법이 기록돼 있다.

연계찜의 경우 정조 19년(1795) 6월 18일 자궁(慈宮: 혜경궁 홍씨)의 진찬(進饌)에 올려진 음식이다. 조선후기 학자인 오주(五洲) 이규경(李圭景, 1788~1856)도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연계찜을 언급했다.

연계찜 조리법에 대해서는 1670년경 석계(石溪) 이시명(李時明)의 처 정부인(貞夫人) 안동 장씨 장계향(張桂香, 1598년~1680년)이 말년에 저술한 한글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는 연계찜과 수증계(水蒸鷄)가 기록돼 있다.

이 책에서의 연계찜은 ‘닭을 핏기 없이 씻고 밀가루와 단간장에 온갖 양념을 한데 짓찧어 닭 속에 넣어라. 간장물 세 사발에 기름을 쳐서 솥에 붓고 나무로 다리를 질러 그 위에 닭을 놓아 아주 푹 쪄라. 국이 더 맛있느니라. 이리하여 온갖 채소도 알맞은 단지에 넣어 중탕하여 고면 나물이 더 좋다’라고 나온다.

1766년(영조 42년)에 유중림(柳重臨, 1705~1771)이 편찬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연계찜 만드는 법에 대해 병아리를 파·소금·기름에 볶아 7분쯤 익힌다. 그 다음에 후추·천초·물·술을 넣어 익히는 법과, 칠향계법(七香鷄法)이라 하여 살찐 암탉의 배 속에다 도라지·생강·파·천초·간장·식초·기름 등의 칠미(七味)를 섞어 채우고 항아리에 담아 밀봉해 중탕으로 찌는 법이 기록돼 있다.

신축(辛丑, 1901)년에서 기유(己酉, 1909)년까지 쓴 ‘천지공사(天地公事)’라는 책 138절에는 ‘박공우(朴公又)의 술과 수증계(水蒸鷄)’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우(公又)가 술과 수증계를 가지고 온 것은 그가 곧 후천 용담의 도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술은 삼수 변(氵)에 닭 유(酉)자가 합한 것이니, 용담의 중앙에 있는 1.6수(水)에서 7손풍으로 끄집어내서 물이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또 유월세수(酉月歲首)를 의미하는 것이 술인데, 수증계는 더운물에 훈증(熏蒸)한 닭이니, 이는 곧 용담의 중앙에 있는 냉수(冷水)인 1.6수(水)가 낙서의 뜨거운 3양(陽)이 있는 7손풍으로 흘러나오게 돼 뜨거운 물이 되는 것이다. 그곳은 유정월(酉正月)이 있는 곳인데, 공우가 술과 수증계를 가지고 온 것은 기유세수(己酉歲首)를 몰고 나오는 것이며, 천주님은 이를 미리 알고 계신 것이다’라고 책에 기록됐다.이 수증계는 닭찜으로, 살찐 암탉의 깃털을 모두 뜯고 마디를 끊고 엉치와 앙가슴을 많이 두드린다.노구솥을 달구고 기름을 반 종지쯤 치고 그 고기를 집어넣고 익게 볶고, 맹물을 가득 붓고 장작을 지피어 끓이되 토란알 한 되를 순무적 모서리같이 썰어서 한데 넣고 푹 삶는다.그 고기가 다 무르거든 고기와 나물을 건지고 그 국물에 간장을 알맞게 타서 고기를 도로 넣고 한 번 솟구도록 끓여 내장 냄새가 없어지면 밀가루 두 국자쯤 푼다.늙은 동아적 모서리 길이만큼 오이도 길쭉길쭉 썰어 넣고 잔파와 부추를 한 줌에 곁곁이 묶어 넣어 가루끼와 나물이 익을 만하거든 넓은 대접에 잡채 벌여 놓듯 나물과 고기를 곁곁이 놓는다. 국물을 뜨고 그 위에 계란 부쳐서 잘게 썰어 생강과 후춧가루를 뿌려 쓴다.이 수증계는 속을 채우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닭을 무르게 삶아서 살을 뜯어 버섯을 넣고 가루즙을 해 걸쭉하게 익힌 1800년대 말엽의 ‘시의전서(是議全書)’의 방법과 비슷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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