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동아예술전문학교 예술학부 교수)

최근 연예계에서 방송가, 정치권까지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키워드는 ‘학폭’일 것이다. 피해자들도 하나둘씩 용기 내 과거의 상처를 공지하고 알리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피해자들은 참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피디가 학폭 가해자라는 황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학폭이야기’를 다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연출자 안길호 PD에 대한 폭로자의 증언이 이어졌고, 추가폭로까지 드러나며 안 PD는 결국 학폭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학폭이 얼마나 심각한 사회문제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해당 드라마의 PD가 학폭 가해자였다는 사실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실망과 배신감까지 안겨줬다.

이러한 학폭 이슈는 최근 분야를 넘나들며 하나둘씩 터져 나오고 있다. 공교육이 무너진 대한민국 학교에서 학폭이 얼마나 만연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서울대에 진학했지만,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고 피해자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학폭 이슈가 정치권까지 퍼지자, 학교 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연예계 진출을 희망하는 중고교생들이 있다면 학폭을 멈춰야 할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추후 연예계에서 퇴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폭 가해자로 밝혀져 팬들로부터 ‘뭇매’도 맞게 된다.

최근 황영웅은 MBN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학교 폭력, 데이트 폭력 등 학폭 논란에 휩싸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고 결국 하차했다. JTBC ‘피크타임’ 출연자 김현재도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으며, 넷플릭스 ‘피지컬: 100’에 출연했던 김다영도 학폭 논란의 일부를 인정했다.

학교폭력이 이슈가 되면서 과거 학교폭력을 가했던 연예인은 영구퇴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엄청난 상처를 지니고 삶을 살고 있는 피해자들은 방송에 나오는 해당 연예인의 가식적인 웃음과 행동에 또다시 분노하고 있다. 학폭은 범죄 행위다. 어린 시절 겪었던 피해자들의 상처는 평생 간다. 학폭을 한 가해자는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한다”고 내뱉지만, 상황을 모면하려는 말일 뿐이다.

이제는 연예계, 스포츠계, 정치계뿐만 아니라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들, 신입직원을 채용하는 기업들도 학폭 가해자를 가려내, 입시나 채용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교육부와 해당 학교들이 학폭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봐주기식으로 끝난다면 혹은 객관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핑계로 일관한다면, 학폭 피해자들은 계속 방치되고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갈 것이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피해자들이 언제든지 SNS를 통해 폭로하고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는 학폭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창구를 마련하는 등 학폭 저지 운동에도 적극적이다.

다시 학폭이 늘고 있고 학폭 유형도 다양화되고 있어 학폭에 대한 대응 방식이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게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와 해당 학교 관계자들은 말만 하지 말고 ‘엄벌주의’를 실현하고 학폭 전담경찰관 제도를 적극적으로 가동해 사전 예방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괴롭힘을 당하고 있거나 피해 학생이 어떻게 지내고 제대로 회복되고 있는지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교사들도 모범생 관리에만 집중하지 말고, 소외되거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폭’을 하고 있는 학폭 가해자들은 비겁하게 여럿이 어울리며 피해 학생을 괴롭히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학폭 가해자는 퇴출시켜야 맞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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