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인 서비스 ‘설리번’
8년간 무료 운영 기조 유지
“구독자 생각하면 포기 못 해”
SKT·공공기관 등과 ESG 지속
향후 유료 서비스도 점차 출시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조수원 투아트 대표가 10일 서울 용산구 인근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조수원 투아트 대표가 10일 서울 용산구 인근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인터뷰 내내 꾸밈없고 밝았다. 그러면서도 거침이 없었다. 심각한 얘기를 할 때는 복잡한 심경도 보였으나 앞으로도 시각 장애인들의 눈이 돼 주는 서비스를 잘 운영해내겠다는 의지는 확고했다. 투아트는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시각 장애인들의 눈을 대신해주는 앱(애플리케이션) ‘설리번 플러스’를 개발해 운영 중인 회사다.

이 회사는 AI를 개발하는 전문 업체였는데 직원 중 한 사람의 친구가 뇌종양으로 인해 실명을 하게 됐다. AI를 이용해서 볼 수 있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개발 모티브를 찾았다. 그렇게 탄생한 앱이 설리번 플러스다. 글로벌로 운영되고 있으며 총 2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SK텔레콤의 AI 누구(NUGU)가 탑재돼 있으며 함께 K-AI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협업하고 있다.

조수원 투아트 대표는 이 서비스를 무료로 운영하며 지난 8년을 뛰어왔다. 창업을 시작할 땐 대표 포함 5명의 직원이 전부였고 현재도 8명이 고작이다. 춥고 배고픈 상황에서도 직원들과 함께 ‘무료 서비스’를 고집한 채 치열한 상황 속에서 달려왔다. 그만큼 구독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수많은 스타트업·중소기업 대표가 있지만 만나본 인터뷰이 중 가장 겸손했다. 또 가장 인정이 많았다. 무료로만 서비스를 운영하기엔 미래가 불투명했고 투자자들에게 적지 않은 외면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유료로 전환하는 순간 정말 취약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서비스를 쓰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그는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도 언제 다시 서울에 올지 모른다며 흔쾌히 시간을 내줬다. 인터뷰는 10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카페 ‘상향선’에서 진행됐다.

-왜 서비스 이름이 ‘설리번’인가.

“이름을 뭘로 짓지 했을 때 ‘설리번 하면 안 돼요?’ 바로 떠올렸다. 헬렌켈러 다 아니까, 설리번 선생님 아니까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헬렌켈러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의미, 정보를 알려주는 의미다. 이름을 다들 이름 잘 지었다고 반응한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에 소개했을 때는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설리번 플러스를 앞으로도 무료로 배포할 것인지.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갔으면 좋겠다. ‘설리번A’라는 새로운 서비스는 유료화돼 있다. 앱 마켓에서는 유료로 만나볼 수 있고 현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보조공학센터의 보조공학기기로 등록돼 시각 장애인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무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한 앱에 모든 기능을 담으면 쓰기가 오히려 어렵다. 앞으로도 장애인들의 편의에 맞춰 특화 서비스를 낼 계획이다. 차세대 설리번 유료 서비스를 개발 중인데 늦어도 내년에는 나온다. 모든 서비스를 통칭해 ‘설리번 솔루션’이 될 것이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조수원 투아트 대표가 10일 서울 용산구 인근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조수원 투아트 대표가 10일 서울 용산구 인근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기본 서비스를 장기간 무료로 유지하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 고집한 이유가 있나.

“처음에는 유료화하려고 했었다. 구독료를 받으려 했다. 그런데 서비스를 하면 할수록 내부적으로 유료화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직원들이) 다들 반대한다. 가치 있는 일인데 유료화하면 가치가 퇴색돼버린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에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댓글도 쓰고 메일도 보낸다. 읽은 댓글 중에서 저개발 국가에 계신 분이 있었다. 이걸 갖고 공부한다고 감사하다고 얘기를 하더라. 유료화해버리면 사회적 약자에게 눈을 빼앗는, 공부의 기회를 빼앗는 게 될 것이라고 생각이니까 할 수 없었다. 또 내가 포기하면 없어지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니까 포기할 수 없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출품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스페인에서 복권을 판매해 장애인들을 지원하는 온세라는 곳이 있다. 스페인에 가기 전부터 온세를 만나보고 싶었다. 마드리드에 있는데 컨택 포인트는 없었다. 그런데 행사장에서 온세 담당자가 오더니 우연히 설리번 서비스를 보고 ‘너무 괜찮은 서비스’라고 평가했다. 온세와의 접점이 생겼다. 또한 많은 투자자가 설리번 플러스가 무료인 것에 대해 난색을 보이지만 그 가운데서 의외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다른 방법을 찾아주려는 에이전시가 다녀가기도 하고 그랬다.”

-스페인 현지에서 SK텔레콤과 진행한 기자 간담회가 기억에 남는다. SK텔레콤과의 협업과 K-AI 얼라이언스에 포함된 소감은.

“아직도 좀 의문이다(웃음). SK텔레콤이 투아트를 선정해준 것에 대해 뭐라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1년 동안 SK텔레콤과 협업하면서 느낀 건 직원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너무 진심이라는 것이었다. 대기업 같지 않았다. 사실 설리번 플러스는 무료라는 이유로 수많은 투자자 및 대기업으로부터 외면받았었다. 그래서 협업하면서도 SK텔레콤이 왜 우리랑 협업하는지 의문이 들곤 했었다. 올해 CES에서 마침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식사 자리가 생겨 ‘투아트는 투자자들한테 외면받는 기업인데….’라고 하자 유 대표가 ‘우리는요. ESG에 진심입니다. 나도 진심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제야 생각해보니 SK그룹이 선경그룹일 때부터 장학퀴즈를 운영하는 등 오래전부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에 관심이 많았다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현재도 CSES 사회적가치연구원이라는 공익재단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환산해 스타트업들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더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세상에 아주 많은 서비스가 있다. 뭐 더 필요한 게 없을 정도다. 근데 시각 장애인 관련 서비스는 꼭 필요한데 별로 없었다. 돈이 안 되니 진입을 잘 안 하기도 하고 스타트업이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근데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블루오션이다. 진입률이 낮은 데다가 이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오지도 않는다. 버티고 나니 좋게 봐주시는 분이 많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 덕에 회사의 네임 밸류도 높아졌다. 시장이 열려 있고 25만명의 구독자가 함께 있으니 계속하다 보면 더 많은 아이디어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한다.”

[천지일보 바르셀로나=손지하 기자] 조수원 투아트 대표가 26일(현지시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SK텔레콤 기자간담회에서 설리번 플러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7.
[천지일보 바르셀로나=손지하 기자] 조수원 투아트 대표가 26일(현지시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SK텔레콤 기자간담회에서 설리번 플러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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