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민원분석 결과발표
2년 9개월간 1405건 접수돼
당사자 아닌 우려 국민 민원도
12개 과제 해소방안 마련하고
국토·행안·환경부에 개선 권고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등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 인근 빌라촌에서 한 주민이 침수피해로 어지럽혀진 반지하 방을 정리하다가 잠시 앉아 당시의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등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 인근 빌라촌에서 한 주민이 침수피해로 어지럽혀진 반지하 방을 정리하다가 잠시 앉아 당시의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0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1. 반지하에 살고 있습니다. 비만 오면 창문틀에서 빗물이 스며들어오고 천장에는 건물 외벽이 누수되는지 물이 고여 있습니다.

#2. 반지하 창문 앞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한 차량으로 집안이 캄캄합니다.

#3. 옆 건물 벽에 붙어있는 실외기 소음이 너무 커서 2m 떨어진 저희 반지하 집 창문을 닫아도 방안에서 계속 진동과 함께 윙-윙 소음이 들립니다. 머리가 너무 아프고 고통스럽네요.

#4. 누가 반지하 베란다 창문을 둘러싸고 폐기물 쌓아놔 햇볕이 안 들어옵니다.

지난여름 ‘반지하 참사’ 이후를 포함한 최근 2년 9개월간 민원인 10명 중 7명이 열악한 주거환경과 상습 침수피해에 대한 개선을 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여름에는 폭우로 수천동의 주택·상가들이 잠기고 발달장애 일가족이 지하에 갇혀 숨진 ‘반지하 참사’가 발생한 바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당시 폭우로 침수된 피해주택 대부분이 반지하(지하) 주택으로 나타남에 따라 지난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민원분석시스템에 수집된 민원 1405건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8일 발표했다.

분석결과 반지하 관련 민원은 ‘열악한 주거환경 불만’이 47.4%(665건)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 ‘상습 침수피해 호소 및 신속한 해결’ 22.8%(320건), ‘거주자 안전보장을 위한 주거지원 강화’ 17.2% (241건), ‘인센티브 등을 통한 위험지역 정비’ 7.7%(108건), ‘용도변경 활용 등’ 2.7%(37건), ‘존·폐 여부에 대한 의견’이 2.2%(31건)를 차지했다.

이어 ‘열악한 주거환경 불만’ 민원에는 위생(31.0%), 누수(26.6%), 불법 주정차(19.1%), 소음·진동(10.2%), 방범·안전(6.2%), 채광(4.1%), 환기(2.8%) 등이 포함됐다.

‘상습 침수피해 호소 및 신속한 해결’ 분야에서는 배수시설 불량·훼손 및 도로시설 관리부실, 배수시설 막힘 등으로 인한 침수피해 야기 이의,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신속한 피해복구 지원, 재난지원금 지급, 거주 시설 지원 등의 요구사항이 있었다.

이 밖에 거주자 안전보장을 위한 수방시설 지원 및 주택시설 보완 등 주거 지원 강화, 인센티브를 통한 위험지역 정비, 근린생활시설 등 용도변경 활용, 존·폐 여부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권익위, 정부 부처에 제도개선 권고

“지난 여름 반지하 거주자가 현관문이 열리지 않아 참변을 당했는데, 출입문을 안쪽으로 열 수 있도록 나라에서 바꿔주시면 일단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지하 세대 관련해서 침수방지시설을 지원해주세요.” “전국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을 반지하에서 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권익위는 이번 민원분석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12개 과제에 대한 해소방안을 마련하고 올해 1월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환경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반지하주택 관련 침수 피해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 2년여간 민원분석시스템에 수집된 민원 1405건의 분석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제공: 국민권익위원회) ⓒ천지일보 2023.03.08.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반지하주택 관련 침수 피해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 2년여간 민원분석시스템에 수집된 민원 1405건의 분석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제공: 국민권익위원회) ⓒ천지일보 2023.03.08.

권고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국토부에 반지하 등 열악한 거처에 대한 주거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재해 취약주택 밀집 지역 정비구역 지정요건 완화를 추진하게 했다.

또 반지하 거주 가구 주거 상향 시 이사비·생필품비 지원, 주거급여 지원대상 확대 및 주거급여 기준임대료 단계적 현실화 등 지하 거주 가구 주거 지원을 강화하도록 했다. 여기에다 지하층 거주의 주거품질 개선을 위해 ‘최저 주거기준’의 방음·환기·채광 등 환경요소를 구체화하고 점검 및 관리 감독을 강화하라는 정책제안도 이뤄졌다.

특히 반지하 등 침수 취약가구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도 내려졌다. 이와 관련 행안부에는 침수취약지역에 거주하는 가구 중 자력으로 대피가 곤란한 가구를 침수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관리하고 침수 우려가 있는 지하층 주택의 출입문과 방범창을 개선하도록 하는 한편, 풍수해보험 홍보를 강화하도록 했다.

이밖에 환경부에 공공하수관로 기술진단 대상 추가 및 명확화를 통한 도심 침수피해 예방, 국토부에 불법건축물 실태조사 의무화 및 주거환경·안전 등을 고려한 지하주택 신축 허용 등이 권고됐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앞으로도 민원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활용해 주요 국정과제와 사회 현안에 적극 대응하고, 국민의 삶과 밀접한 분야에서 빈번하게 제기되는 민원을 근원적으로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원분석시스템은 국민신문고와 지자체 개별 민원창구 등을 통해 접수된 민원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종합 수집·분석하기 위한 범정부 민원분석시스템을 말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가 12일 오후 폭우로 인해 숨진 세 모녀가 살던 반지하방이 위치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인근에서 열린 ‘반지하 이제 그만’ 신림동 반지하 참사 추도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막걸리를 따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가 12일 오후 폭우로 인해 숨진 세 모녀가 살던 반지하방이 위치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인근에서 열린 ‘반지하 이제 그만’ 신림동 반지하 참사 추도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막걸리를 따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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