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불린 임인년(壬寅年)도 어느덧 마무리되고 새해 계묘년(癸卯年)을 코앞에 두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는 봄부터 동해안 일대에 36년만 가장 큰 규모의 산불이 나 이 일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는가 하면, 여름철 기록적인 폭우로 수도권뿐 아니라 포항 등 전국에서 수십명이 물에 잠겨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헌정사 초유의 ‘검수완박법’ 통과와 국민들을 비통에 빠뜨렸던 이태원 참사와 신당역 사건도 있었다. 최근까지도 노조들이 새 정부에 노동자 중심의 정책을 펼쳐달라며 총파업을 강행하는 등 사회 곳곳에서 극심한 마찰이 잇따랐다. 본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2022년을 돌아보며 주요 이슈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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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추모객들이 두고 간 국화, 술 등 추모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천지일보가 선정한 2022년 ‘10대 뉴스’

1. 이태원 참사로 비탄에 빠진 대한민국

[천지일보=김한솔·최혜인·홍보영·홍수영 기자] 10월 29일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가 비탄에 빠졌다. ‘핼러윈 데이’를 맞아 서울 이태원 좁은 언덕길에 인파가 몰리고 넘어지면서 158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하면서다.

축제를 앞두고 3년 만에 마스크를 벗고 연인·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10만명의 인파가 이태원에 모였다. 그러나 축제 현장은 금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오후 10시를 넘긴 시점 해밀턴 호텔 옆 좁은 골목에서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사람이 몰렸고, 순식간에 압사 사고로 15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부상자도 196명이 나왔다. 사상자 대부분은 20대였다.

특수본 조사 결과 참사가 발생하기 전 사고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112신고가 빗발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 중에는 ‘압사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10여 차례나 등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일반적인 불편 신고’로 판단해 이렇다 할 대응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던 과거에도 이 같은 참사가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국가 안전관리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인재(人災)’라고 보는 시각도 늘어났다. 이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지역 곳곳에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원인을 규명해 재발 방지책을 세우고 유족을 위로해야 하는 정치권은 이번에도 참사 앞에서조차 갈라졌다. 여야는 희생자의 실명 공개, 국정조사,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를 두고 격돌했다. 긴 줄다리기 끝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했지만 야당이 본회의에서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국민의힘 소속 특위 위원들이 이에 반발해 전원 사퇴하면서 공회전을 거듭했다.

무엇보다 참사 당시 현장의 영상·사진이 소셜미디어(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가감 없이 퍼지면서 희생자·유가족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트라우마를 겪었다. 생사를 오가거나 심정지 상태의 청년들에게 다급히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영상이라든지 모자이크도 없이 시신들이 바닥에 눕혀있는 충격적인 사진들이 온라인상에 버젓이 돌아다녔다. 참혹한 현장을 생중계한 유튜버들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상에서 퍼진 혐오성 발언은 유족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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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

카카오 계열 서비스가 10월 15일 성남시 SK 주식회사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일어난 화재로 장애를 일으키면서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는 이곳에 서버 3만 2000대를 뒀으나 이중화 복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카카오톡·카카오페이·카카오T 등 주요 서비스들이 길게는 닷새 넘게 먹통이 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카카오 대표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로 불릴 정도로 일상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앱이어서 필수 기간 통신의 부재에 비교할 만큼 사회적 파장이 거셌다. 먹통 사태 여파로 남궁훈 카카오 각자 대표가 사임했고 카카오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다. 카카오 창업주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어발’ ‘쪼개기’ 등 지적을 받은 경영 기조를 전면 쇄신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데이터센터 관련한 보완 입법과 규정 마련에 나섰고 카카오도 자구책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및 관리 도구 이중화 미흡 등을 사고 원인으로 꼽고 향후 5년간 서비스 안정화 투자를 기존 대비 3배 늘리고 전담 조직도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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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행동이 13일째 이어진 6일 오후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인근 도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3. 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

겨울로 넘어가는 올해 11월 24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가 0시부로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초기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도로와 바닷길이 사실상 모두 막히면서 철강·시멘트·완성차 등 산업계 전반에서 운송 차질이 빚어졌다. 이로 인해 철강업과 석유화학 각 1조 3000억원 등 산업계에서 총 3조 50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화물연대는 총파업 철회 여부에 대해 찬반 투표를 벌여 16일 만에 현장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투표율은 13%대에 그쳤는데, 이는 보름 넘게 이어진 총파업에 지친 일부 조합원들이 현장을 이탈하고 동참 열기가 낮아진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쟁점 사항인 ‘안전운임제’는 정해진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할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최근처럼 유가가 급등해도 운송료가 연료비에 연동해 오르기에 화물 기사의 수입이 줄지 않는 구조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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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주말인 3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4. 2년 만에 사라진 거리두기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최악의 감염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 전반을 바꿀 정도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제는 펜데믹도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불과 8개월 전인 지난 4월까지 코로나19와 함께 짝을 이뤘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기 전까진 특히 자영업자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 지속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 2020년 3월 22일에 시작됐다. 대구에서 발생한 1차 대유행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일상이 모두 멈추게 됐다. 직장도 대부분 재택근무로 바뀌고, 식당·카페·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과 사적 모임 등이 제한되면서 전반적으로 ‘집콕’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변이에 변이를 거치고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을 주도하면서 이전과 비교해 전파력이 강하고 치명률이 낮은 점과 백신 접종과 자연감염으로 면역력이 높아진 점에서 약 2년 1개월 만에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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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법 권한쟁의심판 사건과 관련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5. 정권교체 전 검수완박

이른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은 문재인 정부 내내 거론되던 주제였다. 특히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지휘 아래 이뤄진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바라본 민주당은 이를 반드시 완수해야 할 업으로 여겼다. 검사 출신 대통령으로의 정권교체가 확정되면서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검수완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고, 논의는 급속도로 진행됐다.

검찰은 대대적으로 반발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임명했고, 윤석열 당선인과 문재인 정부 사람으로 여겨지던 당시 김오수 총장도 검수완박을 반대했다. 결국 그는 직을 던졌다. 

반대를 뚫고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위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검수완박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수완박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행령을 도입했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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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는 뒤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6. 文정부-이재명 수사 본격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올해는 참으로 극적인 해였다. 비록 패했지만 대선후보로서 나섰고, 의원 뱃지도 처음 달아봤으며, 당 대표가 되는 영광도 누렸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에게 제기된 수많은 의혹 때문에 고통받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장동 개발 특혜’ 연루 의혹을 필두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이 이어졌다. 경기도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배우자 리스크도 터져 김혜경씨가 사과하기도 했다. 하반기엔 이 대표가 최측근이라고 직접 거론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되며 검찰이 이 대표 턱밑을 조준하기도 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도 칼날이 겨눠졌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구속됐다. 야당은 사정 정국으로 정권의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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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등 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시장 인근 빌라촌에서 한 주민이 침수피해로 어지럽혀진 반지하 방을 정리하다가 잠시 앉아 당시의 상황을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10

7. 역대급 폭우로 침수피해 속출

지난 8월 수도권에 115년 만의 역대 최대급 폭우가 쏟아지면서 반지하 주택 거주민 등 애꿎은 취약계층 주민들이 죽어 나갔다. 폭우가 쏟아진 8월 8일 좁고 습한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은 물이 차오르자 다급히 ‘살려달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결국 반지하에 갇힌 채 물속에 잠기고 말았다. 이날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많은 비가 퍼부으면서 주택과 상가 수천동이 침수되고 사망자 11명, 실종자 8명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고시원 등 비주택은 46만 3000여 가구, 반지하(지하 포함) 주택은 32만 7320가구에 달한다. 그중 서울에만 전체의 60%가 넘는 20만 849가구가 몰려있고,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이 전국의 95.9%를 차지한다. 평균 가구원이 지난해 기준 2.3명인 점을 고려하면 전국에 70만명에 이르는 이들이 반지하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향후 5년간 수도권에 158만호, 지방에 112만호 등 주택 270만호 공급을 목표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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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 옥계에서 시작된 산불이 5일 오후 남쪽으로 번지면서 동해시 하늘이 산불 연기로 뒤덮여 있다. (출차: 뉴시스)

8. 역대 최대 규모 동해안 산불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기후변화 여파로 많은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특히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올봄 유난히도 극심한 가뭄이 이어짐에 더해 산불이 잇따랐다. 이 가운데 산림이 우거진 울진·강릉·동해를 포함한 동해안 일대의 산불피해가 막심했다. 울진·삼척에서 발생한 산불은 지난 3월 4일부터 시작해 9일 만인 13일에 주불이 잡히면서 213시간 만에 꺼졌다. 앞서 불이 났다가 같은달 8일 진화됐던 강릉·동해 산불을 포함해 이번 동해안 산불은 2만 8940㏊를 태워 1986년 이후 가장 피해 면적이 넓은 산불로 기록됐다. 이는 서울 면적(6만 520㏊)의 1/3이 넘는 규모로 여의도(290㏊) 99개, 축구장(0.714㏊) 4만여개를 모아놓은 규모다. 이 불로 주택 등이 동해에서 294채, 강릉에서 21채가 전소되거나 일부 불에 탔고, 삼척에선 주택 5채와 탄약고가 모두 탔다. 이에 따라 피해 지역에는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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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7일 오전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2.09.17

9.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에게 3년간 수차례 스토킹에 시달리던 28세 여성 역무원이 지난 9월 14일 밤 홀로 순찰 근무 중 여자 화장실에서 흉기에 맞아 살해됐다.

범인은 피해자를 스토킹한 남성, 전주환(31)이었다. 그는 범행 전 피해자의 동선·근무시간을 파악한 데다 1700만원 인출을 시도하고, 정신미약 진단서도 미리 준비한 것이 확인됐다.

이로써 범행은 스토킹 혐의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앙심을 품고 저지른 계획성 보복 살인으로 밝혀졌다. 그렇게 미뤄진 1심 재판은 9월 29일 열렸고, 전주환은 스토킹과 불법 촬영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살인 혐의 재판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해당 사건으로 스토킹처벌법의 허점과 서울교통공사의 인력부족 등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스토킹처벌법은 22년의 기다림 끝에 시행됐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게 드러났다. 법안 강화 목소리가 이어지지만, 아직은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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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이얀(카타르)=뉴시스] 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2대 1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2.12.03.

10. 월드컵 원정 2번째 16강

대한민국이 12년 만에 원정 2번째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한국은 월드컵 도전사 처음으로 4년을 온전히 한 감독에게 맡겼다.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종료 직후 부임해 이듬해 아시안컵을 비롯해 이번 카타르 월드컵까지 4년간 일관되게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을 지휘했다. 선수들은 벤투 감독 전술을 신뢰했고, 이를 바탕으로 우루과이전 0-0 무승부를 이뤄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가나전에서 2-3으로 패하며 16강 진출 먹구름이 꼈다. 하지만 올해 유행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처럼 한국은 포르투갈전에서 2-1 승리하며 원정 2번째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16강전 브라질전 1-4 패배는 아쉬웠으나 국민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대표팀을 환영하고 또 격려했다.

#연말연시 #새해 #송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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