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투표를 마무리했다. 전날부터 이틀째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단(83만 7236명) 중에서 모바일 투표 미참여자를 대상으로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 4∼5일 실시된 모바일 투표(47.51%)와 ARS 투표 1일차 결과를 합산한 결과 전체 선거인단의 53.13%인 44만 4833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 전당대회 최종 당원 투표율(45.36%)보다도 높은 역대 최고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여당 전당대회라는 점, 후보자 간 경쟁이 치열했다는 점 등이 높은 투표율 원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높은 투표율과 달리 내용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비전 제시나 정책 경쟁보다 노골적인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과 윤심 논란, 후보 간 네거티브 경쟁이 경선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같은 이념과 정책으로 모인 여당 전당대회가 이처럼 혼탁한 모습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었다. 본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눈살 찌푸릴 일들이 벌어졌다. 민심 1위를 달리던 유승민 전 의원을 의식한 듯 당원투표 100% 경선 룰로 변경했고, 지지층 여론조사 1위였던 나경원 전 의원은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던 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됐다.

본선 레이스에선 ‘윤심’으로 시작해 윤심으로 끝날만큼 내용은 빈약했고 후보 간 경쟁은 이전투구로 치달았다. 안철수 의원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저격을 계기로 대통령실로부터 “국정운영 방해꾼이자 적”이란 강한 경고장을 받았다. 이는 친윤 김기현 의원이 사실상 인위적으로 선두 후보 입지를 굳히는 과정이었다. 결과적으로 김 후보는 집권당 대표가 가질 정치적 무게감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다른 후보들이 일제히 김 후보를 공격해 난타전이 벌어졌다. 안 후보는 김 후보의 땅투기 의혹을 “이재명의 대장동과 판박이”라고 비난하고, 김 후보는 안 후보를 “큰 무대 경험은 다 실패한 후보”라고 응수했다. 김 후보는 울산 땅투기 의혹을 제기한 황교안, 안철수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여당에서 주요 후보들이 수사대상이 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후보들은 투표 마감 하루 전인 6일에도 한 언론 보도로 대통령실 행정관의 선거 개입 논란이 벌어졌다. 안 후보는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정당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민생은커녕 보수의 재편 같은 가치 논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집권당으로서 차기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관리하고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할 능력이 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 경선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대신 내분만 깊어졌다. 당원들은 높은 투표율로 기대감을 표시했지만 후보들은 수준 낮은 선거운동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8일 전당대회에서 투표 결과를 공개한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2차 투표를 하게 된다. 누가 후보가 되든 책임이 막중하다. 내분을 추스르면서 윤 정부 2년 차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총선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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