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초 해법 발표 전망

일본 기업 없는 ‘3자 보상’ 가닥

日신문 “한일합의” 막바지 확인

(서울=연합뉴스) 3.1절인 1일 오전 양대노총 조합원들이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서울 용산역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에 헌화하고 있다. 2023.3.1
(서울=연합뉴스) 3.1절인 1일 오전 양대노총 조합원들이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서울 용산역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상에 헌화하고 있다. 2023.3.1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일 간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강제동원 배상 문제의 최종 해법안 발표가 임박했다는 신호가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초 외교 당국의 발표가 유력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해법안은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을 결국 이끌어내지 못하고 제3자인 한국 측 재단이 대신 배상하는 안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피해자 측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추진하는 것인데, 그럼에도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가 해법안을 발표한다면 일본 정부는 새로운 사과 표명이 아닌 역사 반성이 담긴 과거 담화를 계승하는 수준에서 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부, 일제 징용 최종안 내일 발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르면 내일인 6일 강제징용 배상안 최종 해법을 공식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발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들도 전날과 5일 연이어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한 외교당국 간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인 사실을 거듭 확인하며 관련 해법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행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같은 설명을 했고, 전날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외교당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히면서 “협의가 종료되는 대로 설명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연일 한일 간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최종 해법안은 일본 피고기업이 빠진 대신 아무 관련이 없는 제3인 변제 방식인, 즉 우리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지원재단이 기금을 조성해 소송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주는 이상한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실장은 “아직 그런 어떤 내용을 확인해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닐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는 일본의 호응이 없는 상태에서 일단 해결에 나서겠다는 것인데, 3.1절 기념사에서도 드러난 한일관계 개선 의지가 반영된 모양새다. 정치권 안팎에서 대일 굴욕적 외교라는 비판에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이 같은 행태에 식민사관을 바탕으로 한 뉴라이트(신보수주의)가 대통령실을 장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3.1절 기념사를 통해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며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과거사 반성 등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日신문, ‘과거 담화 계승 표명’ 거론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전날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해결책을 마련한다면 기시다 총리가 역사 반성이 담긴 과거 담화의 계승을 표명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전해 한일 간 물밑 협의가 막바지 단계임을 알렸다.

이는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란 표현이 담긴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을 재확인한다는 것인데, 과거 담화를 계승하는 정도의 입장을 표명하는 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라는 판단이 작동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2018년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사과는 아닌 이 정도라도 마지못해 생색을 내는 건 일본의 어떤 호응도 없이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해법을 밀어붙일 경우 한국 내 반발이 거세질 것을 우려한 것이기도 해 일본이 되려 한국 정부의 최종 해법안을 걱정해주는 누가 봐도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은 또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가 기업들에게 한국인 유학생 장학금 사업 등에 나서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도 했다. 피고 기업을 포함한 한일 기업이 참여하는 방식의 해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인데, 하지만 이 방안 역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는 방식이 아닌 만큼 비판 가능성이 높다. 또 미래 세대까지 친일파를 양성하려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다.

윤 정부가 내놓은 이런 방안은 한일관계의 조기 회복은 가능하더라도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와 유족, 시민사회단체 등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커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피해자들은 과거 담화 계승은 당연한 것으로 사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윤 정부의 행태를 두고 정말 우리나라 정부인지 일본 정부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까지 제기하고 있다.

외교가에서 제시되는 속도조절론에도 윤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배경에 3~5월 추진 중인 방일‧방미, 즉 윤 대통령이 이달 일본을 방문해 한일 셔틀외교를 복원하는 것은 물론 내달 미국 방문과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외교 일정과 연관짓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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