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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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가 좋아야만 한다. 항상 좋을 수는 없지만, 양국 간 긴장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세계의 질서 있는 평온과 발전에도 순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트럼프 집권 이후부터 조금씩 악화되기 시작한 양국 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영역에서 냉각의 온도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특히 한국의 안보와 평화 나아가 한반도의 통일에 결정적으로 관계되는 북한의 안정적 관리는 냉정히 분석하면 현시점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는 미·중의 불편한 관계의 지속과 정비례하는 국제관계의 불가피한 산물임을 부인하면 안 된다. 미·중의 정상적 관계 회복이 한국에는 절대적 이익이라는 말로 가늠해도 된다. 그런데 악화 일로에 있었던 양국 간에 정찰 풍선이라는 문제가 돌출해 2018년 이후 공식적으로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던 미국 국무장관의 계획된 지난 5일 방중이 돌연 취소됐다.

양국은 대화의 지속을 원한다. 다만 주도권을 잡아 사사건건 비교우위의 상황을 만들어 목적 달성을 하고자 할 것이다. 정찰 풍선이 표면적으로 양국 간 공식적 만남을 막았지만 작년 11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나 대화를 했다. 시진핑의 3연임이라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 일정이 사실상 마무리돼가고 있었기에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공식적 방중으로 양국관계의 해빙을 모색했었다.

정찰 풍선의 변수는 급격한 외교관계의 냉각을 낳았지만 18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 자리에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한 전 외교부장 왕이와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전격 회동했다. 지난 4일 미국이 정찰 풍선을 격추한 후 양국의 첫 직접 만남이다.

미국 쪽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보면 “미국의 주권과 국제법에 대한 용인할 수 없는 도전이고 어떤 주권 침해 행위도 용인하지 않겠다”라는 것이다. 중국은 아직까지 민간연구의 목적인데 바람을 타고 미국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금번 비공식적 만남을 확인하고 있다. 미국에게 외교관계 훼손을 복구할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인정하고 있고 “미국의 행동에 대해 터무니없다. 미국이 신경질적이다. 무력을 이용한 100% 권한 남용이다”라고 왕이는 주장했다.

한때 양국 의회 간에도 충돌이 있었다. 미 하원이 먼저 만장일치로 주권 침해 결의안을 채택했고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도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인대 외사위원회는 최근 미국 하원이 통과시킨 중국의 미국 영토 내 고공 기구 사용 결의안에 대해 “중국 위협을 과장했고 순전히 악의적 선전이자 정치적 조작이며 우리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결연히 반대한다”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양국은 세계사무 처리에 피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기에 명분을 계속 찾아 대화를 지속할 동인을 만들 것이다. 다만 근본적 해결책이 없는 미봉책의 연속일 뿐이며 전 지구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없는 신냉전 기류가 지속됨이 심히 우려스럽다. 이때 한국의 대중 대미 외교에 있어 솔로몬의 지혜가 더욱 요망된다. 바로 일관성 있고 경도됨이 없는 한국의 스탠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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