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균 식대 결제액 전년比 33.8%↑
햄버거·빵·생수·주류 등 연이은 상승세
업계 “경영 압박 심화돼 인상 불가피”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 1000원 올라
기타 연료 물가 31.7% 오른 135.75
원부자재 부담에 편의점 ‘얼음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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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점심시간을 맞아 북적이는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모습. ⓒ천지일보 2022.10.05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2023년 연초부터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등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교통·가스 등 각종 요금까지 오르고 있다. 고물가 시대가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는 추세다.

직장인들의 점심 한 끼도 이제는 1만원으로는 힘들어졌다. 실제 14일 모바일 식권서비스를 운영하는 푸드테크 기업 ‘식신’이 자사 서비스 ‘식신 e식권’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서울의 평균 식대 결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8% 급증한 1만 2285원이다.

점심값 부담으로 올해부터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는 직장인 이희수(가명, 30대, 여)씨는 “밥 먹는 게 살면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데 이걸 두고 가격을 고민하는 건 단순한 부담이 아니라 심각한 것 같다”며 “월급은 정해져 있는데 식품에 택시·지하철 요금, 전기·가스요금은 다 오른다. 이런 상황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지난해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계속 오르던 먹거리 물가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하나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물류 공급의 어려움과 물류비·인건비 상승 등 대내외적 요인에 의해 어려운 상황이 됐고 경영 압박이 심화됨에 따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버거류 14종을 포함한 총 84개 가격을 평균 5.1% 올렸다. 200~400원 조정으로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의 단품 가격은 4500원에서 4700원, 세트 메뉴는 6600원에서 6900원이 된다.

KFC는 징거버거를 5300원에서 5500원으로, 오리지널 치킨 한 조각을 2900원에서 3000원으로 조정하는 등 일부 메뉴 가격을 소폭 조정했다. 써브웨이는 15㎝ 샌드위치 17종, 30㎝ 샌드위치 17종 등 사이드 메뉴를 포함한 총 75종의 가격을 평균 9.1% 상향 조정했다. 

파리바게뜨는 9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6.6% 인상했다. 이로써 후레쉬식빵(대)는 3200원에서 3300원(3.1%), 치즈소시지페스츄리는 2800원에서 2900원(3.6%), 고구마반생크림케이크는 3만 1000원에서 3만 2000원(3.2%)으로 조정됐다.

농심켈로그는 콘푸로스트, 첵스초코 등 시리얼 제품 가격을 10% 정도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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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7.05

롯데제과는 냉장 제품 편의점 가격을 5~11% 올렸다. 쫄깃롤만두·김치롤만두는 3500원에서 3900원으로, 고기통교자·김치통교자는 5400원에서 5900원으로 인상됐다. 빙과류와 제과류 일부 제품도 인상했다. 매점 가격 기준 스크류바·죠스바는 500원에서 600원으로, 월드콘·찰떡아이스·설레임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마가렛트는 3000원에서 3300원으로, 초코빼빼로·꼬깔콘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랐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삼다수 출고가를 평균 9.8%, 롯데칠성음료도 같은 날 와인 92종 가격을 평균 11.9% 상향 조정했다. 웅진식품은 이달을 시작으로 음료 20종의 편의점 판매가를 100~300원 조정한다.

해태제과는 합작사에서 생산하는 포키, 구운양파, 자가비 등 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4.3% 올리고 오는 16일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노브랜드 버거는 오는 15일부터 전체 메뉴 31종 중 23종의 가격을 평균 4.8% 상향 조정한다. ‘NBB 오리지널 세트’는 5200원에서 5400원으로, ‘NBB 시그니처 세트’는 5900원에서 6300원으로 인상된다.

맥도날드는 오는 16일부터 일부 메뉴 가격을 최소 100원에서 최대 400원으로 평균 5.4% 인상한다. ‘빅맥’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 단품은 4900원에서 5200원으로, ‘맥크리스피 디럭스 버거’ 단품은 6700원에서 6800원으로, 탄산음료와 커피는 종류에 따라 100원에서 최대 300원까지 조정된다.

맘스터치는 내달 중 인상 예정으로 현재 인상 폭을 두고 논의 중이다.

오는 4월 주류에 붙는 세금인 주세가 인상될 예정인 가운데 주류업계의 제품 가격도 인상될 전망이다. 맥주와 막걸리 등 탁주에 붙는 주세는 3.57% 인상됨에 따라 맥주는 ℓ당 885.7원(+30.5원), 탁주는 ℓ당 44.4원(+1.5원)으로 조정된다.

다만 이러한 외식 물가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밀 가격이 급등함과 동시에 식용유 가격도 올랐으며 국제유가 상승으로 운송료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외 전기·가스요금과 인건비·물류비 등 제반 경비 상승으로 식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이어져 왔다. 이처럼 잇따른 가격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인다”며 “올해부터 급격히 소비가 줄면 매출액도 감소하는데 그러면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사업체 경기를 결정짓는 주요 지표가 매출이다. 매출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는 판매량과 가격임을 고려했을 때 지난 분기까지 경기지수 개선이 판매량보다는 판매가 상승의 효과”라며 “오히려 판매 가격 급등이 수요 감소로 이어져 매출 상승효과가 오랜 기간 지속되지 못해 4분기 경기가 하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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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식품산업 경기전반 현황 및 전망지수. (제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의 ‘2022 식품산업경기동향조사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한동안 개선세를 보였던 식품산업 경기는 지난해 4분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도 대부분 물가·금리·환율 상승 등 현재 경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경기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먹거리뿐 아니라 모든 가격이 오름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달 1일부터는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26.3% 올랐다. 서울시의 택시 기본요금 인상은 2019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기본거리는 2㎞에서 1.6㎞로 400m로 줄었고 거리 요금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 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오는 4월 서울시는 지하철·버스요금을 300~400원 올릴 계획이다.

올해 1월 전기·가스 및 기타연료 물가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7% 상승한 135.75(2020년=100)다. 전기료는 29.5%, 도시가스는 36.2%, 지역 난방비는 34.0% 뛰었다.

먹거리, 각종 요금에 이어 편의점 얼음컵 가격도 인상된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1일부터 얼음컵 가격을 100원 인상했다. 레귤러 사이즈의 경우는 600원에서 700원으로 그란데 얼음컵의 경우 1100원에서 1200원으로 조정됐다. GS25와 CU도 오는 15일부터 얼음컵 가격을 제품 크기에 상관 없이 100원씩 올린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원부자재, 인건비 등 각종 비용 상승으로 부담이 커져 가격 조정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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