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너에게
소담 기운용
 
네가 진정 시를 사랑하는 시인이라면
마지막 꽃잎이 달빛 아래
숨결을 내려놓을 때
하늘조차 두려움을 떨게 해준
천형의 눈물 한 점 가져와 보아라
네가 진정 세상의 서러움 끝에서
바위를 깨뜨리며 흐르는 강물 같은 시인이라면
시를 쓰는 일에 죽음조차 내놓을 수 있을
사랑하는 한 시인의 가슴을 가져와
내 쓸쓸한 공터에 나무로 살게 해 보아라
갈수록 믿음이 없는 세상에
네가 시인으로 시를 쓰며 사는 동안은
내가 행복해도 되겠는지
다만 풀꽃 같은 여린 반딧불이어도
믿음의 등불하나 밝혀줘 보거라
시를 쓰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시인은
내가 사랑하지 않노니
한번 앓아보지도 않고
사랑하노라고 고백하고 죽을 수 있는
사슴 같은 시인 하나
언제쯤 제 살을 꽃잎처럼 뜯어내며
내 곁에 숨 막히게 다가서지 않겠느냐
막다른 골목
얼굴을 감싸 쥐고 있는 슬픈 새벽 창에
청솔가지에 솔방울처럼 매달린 샛별로 우는
나를 보고 시를 쓰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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