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부산 유엔기념공원 사무실에 김연권 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이 인터뷰 중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연권 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 인터뷰
참전용사 “한국에 묻어 달라”
제2의 고향 잊지 못하고 방문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살아서 모국으로 돌아간 유엔군 6·25 참전용사들이 매년 한국을 방문합니다. 그들은 ‘한국이 이렇게 발전했나?’ ‘믿을 수 없다’ ‘이 나라에 와서 싸우길 잘했다’며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한국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 싸운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우리나라가 잘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단정한 머리모양, 선한 눈매와 매너 있는 말투. 지난 19일 부산 유엔기념공원 사무실에서 만난 김연권 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의 모습이다. 나무들과 물고기, 곳곳에 있는 분수로 경치 좋은 곳이지만 많은 참전용사의 사연을 담고 있는 유엔공원처럼 김 처장은 중후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올해 1월 11개국으로 구성된 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에서 임명한 김 처장은 공원의 조경, 수리 등 전체적인 관리업무를 총감독한다. 또 VIP가 참여하는 행사를 포함해 안내에도 신경 쓰고 있다.

“6.25 전쟁으로 큰 비극을 겪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평화를 소중히 지켜 나가야 하겠다는 사명감이 있죠.”

모든 국민이 어려웠던 1960년대 부산 ‘산만댕이(산등성이의 가장 높은 곳의 경상 방언)’에서 살았던 그에게 관리처장이라는 책무는 남다르다. 지난 역사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공원을 방문하므로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게 김 처장의 포부다.

“세계 각국에서 20세 전후 꽃다운 나이에 전쟁을 치른다는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입니다. 먼 타국에 와서 목숨을 희생하고 헌신하신 4만여명의 유엔전사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라는 군가의 가사처럼 전쟁을 겪은 이 땅은 시체로 가득했다. 1951년 1월 유엔군 사령부는 최후까지도 공산주의 침략에 짓밟히지 않고 안전한 지역이라고 판단한 부산으로 가매장했던 참전군들의 시체를 옮겼다. 대연동 인근에 바로 항구가 있어 전쟁이 다시 발발하면 시신을 발굴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원에는 전쟁으로 돌아가신 분뿐 아니라, 전쟁 후 모국에 돌아갔다가 ‘한국에 묻어 달라’는 유언으로 부산 땅에 묻힌 사례도 있다. 또 한국을 잊지 못해 ‘제2의 고향’이라고 외치는 참전용사가 매년 한국을 방문한다.

“부산을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여길 꼭 한 번씩 다녀가셔야 할 곳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전해 전쟁의 아픔이 잊히고 있지만, 공원은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되새길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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