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하부 부식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재규어·랜드로버사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차량 ⓒ천지일보(뉴스천지) DB

업체 “부식부품 교환 못해… 신고하라”
전문가 “업체, 고지·수리 의무 있어”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 A씨는 지난 4월 말 영국 자동차 제조업체 랜드로버에서 디스커버리 새 차를 구입했다. 하지만 10일 만에 차량 하부 차축과 연결부품, 배기관 등에 녹이 슬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고가(高價)의 신차임에도 열흘 만에 부품이 부식됐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처럼 최근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A씨와 같은 일을 겪은 피해자들의 불만 글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부식과 관련한 소비자들의 항의가 계속됨에도 본사인 재규어·랜드로버 측은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식을 발견한 A씨는 판매 매장과 본사에 항의와 해결책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 정도의 부식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법대로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라”는 답변만을 고수했다.

랜드로버 영국 본사 측은 “다른 나라에서는 그 정도의 부품 부식은 차체의 결함이나 운행상에 문제가 되지 않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문제 제기를 한다”며 해당 차량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사의 답변에 따르면 초반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부식된 부품에만 검은색의 도장을 입혔다. 이 과정에서 주변 부위에 도료가 튀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해 자체 도장을 중단하고, 앞으로는 아예 검은색으로 도장된 부품을 들여와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는 조립과정에서 도장된 부품과 도장되지 않은 부품이 섞여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부품이 소진되기 전까지는 부식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판매직원 역시 “영국 본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어 차량 교환은 물론이고 녹슨 제품조차 교환하기 힘들다”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회사 측의 입장과 달리 전문가들은 부식된 부품 사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부품에 녹이 생기면 내구성이 떨어지고, 녹이 점차 번지기 때문에 결함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수입차는 배로 선적해 바다를 건너오는 과정에서 염분에 노출돼 하부 부식이 있을 수 있다”면서 “수입차 업체는 특히 차량 제작 시 부식되지 않도록 방청 및 코팅 작업과 이동·보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올해 4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가 구입 10일 만에 확인한 차량 하부 모습. 특히 일부 부품은 이미 녹슨 부품을 사용해 조립을 한 것처럼 주변과 차이가 커 새 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사진출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커뮤니티)

◆판매할 땐 부식문제 ‘모른 척’

A씨가 부식문제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도 드러났다. 회사 측이 이미 부식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하기 전에 해당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숨겼다는 점이다.

A씨는 “문제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해당 사실을 알려 주지 않았다는 게 더 화가 난다”며 “이에 대해 판매직원에게 따지자 ‘미리 말하면 판매가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댔다”며 울분을 토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 8조 2항에 따르면 자동차제작 판매자 등은 자동차를 판매할 때 제작사의 공장 출고일(제작일) 이후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고장 또는 흠집 등 하자에 대한 수리 여부와 상태 등에 대해 구매자에게 고지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랜드로버는 이를 위반한 셈이다.

김종훈 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자동차 회사들은 보통 소비자를 위하기보다는 수리를 해 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오기 일쑤”라며 “이에 소비자는 문제를 덮어두지 말고 관련 신고센터에 신고해 소비자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작결함센터에 신고를 하면 리콜을 할 수 있다”며 “새로 구입한지 2~3년 이내의 차량은 품질 하자가 있는 경우에 무상수리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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