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조사방법 등 업권 이해도 부족”
금소연 “방식 보완해 추가조사할 것”

▲ (자료제공: 금융소비자연맹)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이 발표한 국내 ‘은행 ARS 실태조사 결과’ 발표로 금융권이 시끄럽다. 27일 금소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단한 상품(정기적금과 예치식적금) 상담에 필요한 시간은 평균 3분 29초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가운데 상담원 연결까지 걸리는 시간만 72초에 달한다는 것이다.

72초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수신안내 시간(12초) ▲메뉴제시(37초) ▲상담원 연결 요청 후 대기시간(12초)이다. 대부분 ARS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상담사 연결을 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담원과의 연결을 위해 0번을 누르라’는 멘트를 듣기까지 1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금소연은 이처럼 상담사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불편한 은행 ARS 실태를 지적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49초로 상담사 연결까지 가장 적은 시간이 소요됐으며 한국씨티은행이 58초, 우체국이 60초 등을 기록했다.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된 곳은 109초를 기록한 우리은행이다.

금소연는 “이번 조사에서 은행 이용 소비자들은 ARS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상담원 연결지연 등 이용상 불편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이용에 따르는 비용으로 연간 306억원이라는 지출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소비자 친화적인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서비스 환경이 크게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일본과 달리 대구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이 유료 ARS만 운영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

따라서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서 “비용 부담을 은행이 전담(080 번호 구축 및 안내)하고 상담원 연결 소요 시간 단축(음성인식ARS, 보이스ARS 등), ARS 이용 가이드 제시(홈페이지 내 구체적인 이용 안내, 내용 제시) 등 혁신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은행업계는 이번 조사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기간 설정부터 은행권의 상황을 잘 모르고 조사를 진행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근 발생한 금융사기로 관련 안내 멘트를 메뉴 안내 전에 삽입하거나 국민은행의 경우 안심전환대출 문의 등이 급하게 늘어나는 기간이었음에도 이런 일시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내 은행들의 ARS 시스템은 어떤 다른 분야보다도 잘 갖춰져 있다”며 “조사 기간을 두 세차례 나눠서 하는 다른 조사와 달리 특정 기간의 결과만 가지고 서비스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ARS 메뉴 구성은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에 금소연 관계자는 “전자제품, 자동차 등에서도 ARS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은행들만큼 상담사 연결이 어렵지는 않다”며 “상담원과의 연결이 가장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연결에 1분 이상이 소요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은행들의 건의를 수용, 보완해 추가적으로 조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 불편을 개선하고 잘못된 시스템으로 상담사들만 고통을 받는 문제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소연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ARS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조사를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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