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연맹과 컨슈머인사이트가 27일 공동으로 기획 조사한 ‘은행ARS 실태 서비스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금소연 조연행 대표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우리은행 상담원 연결에만 109초 소요… 신한은행 2배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은행ARS 실태에 대한 소비자평가 결과 소비자 접근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이 발표한 은행 ARS실태 소비자평가 결과에 따르면 상담원 연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은 1분을 훌쩍 넘긴 72초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성인식을 이용해 간단하고 빠르게 원하는 서비스로 접근할 수 있는 해외 은행들과 달리 불필요한 단계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소연은 27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은행ARS 실태 서비스평가 결과 발표회’를 열고 은행들의 ARS 실태를 종합 점검한 결과 신한은행이 종합 1위를, 우리은행이 12개 은행 중 꼴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소요시간 점수, 관찰자 체감점수, 시스템 점수, 상담점수, 연결 전 소요시간, 상담 소요시간, 관찰자 시스템 평가, 관찰자 상담원평가 등 8개 부문을 평가해 4개 차원에 가중치를 적용해 종합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측정됐다.

종합평가에는 상담원까지 연결되는 데 걸리는 시간에 가장 많은 비중을 뒀다. 소비자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분이 ‘상담사와의 연결 지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조사 결과 신한은행이 49초로 연결시간이 가장 짧았고, 한국시티은행이 58초, 우체국 60초 순이었다. 종합평가에서 꼴찌를 한 우리은행은 연결시간이 109초로 연결시간만 신한은행의 2배를 웃돌았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사가 이뤄지는 기간 금융사기에 대한 안내멘트를 추가했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특수적인 상황이 반영되지 못한 결과”라며 “오히려 전문 상담인력들이 수준 높은 상담을 하다 보니 상담시간이 길어져 초기 대기시간이 다소 지연된 경우”라고 반박했다.

12개 조사대상 은행들의 ‘상담원 연결까지 걸린 시간’ 평균은 72초이며 이는 ‘수신안내 시간’ 12초 ‘메뉴제시(용건 확인) 시간’ 37초, ‘상담원 연결 요청 후 대기시간’ 21초로 구성됐다.

박승표 컨슈머인사이트 부장은 “ARS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제일 원하는 건 ‘빠른 연결’이지만 반복적인 대기음악, 신규서비스안내 등으로 연결을 지연시켜 오히려 소비자의 불만을 키우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용무를 확인하기 위해 제시되는 메뉴(용건확인) 수는 평균 9.7개였고 상담원과의 연결을 위해 ‘0번을 누르세요’는 모든 은행이 맨 마지막에 배치해 두는 등 용건 확인에 걸리는 시간이 연결 대기 전체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는 지적이다.

금소연은 해외와 달리 ARS 상담에 대한 비용을 소비자가 책임지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실태조사 결과 ARS를 무료로 제공하는 은행은 국내에서 대구은행이 유일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080 무료 ARS 서비스와 유료 ARS 서비스를 모두 운영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ARS 비용을 소비자에 전가함에 따라 소비자가 부담하는 ARS 1통화 평균 요금(휴대폰 기준)은 376원, 연간 비용은 30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시티뱅크나 BOA, 일본의 뱅크오브도쿄 등은 선진국 은행들은 ARS 무료 번호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금소연 조연행 상임대표는 “국내 이용자들은 상담원 연결지연 등 이용상 불편뿐 아니라 이용에 따르는 비용까지 모두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 친화적인 미국과 일본에 비해 크게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대를 위해서는 ARS 이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은행이 전담(080번호 구축 및 안내)하고 상담원 연결 요소 시간 단축, ARS 이용 가이드 제시 등 혁신적인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은행들은 이날 발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했던 은행권 한 관계자는 “모든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의 ARS 시스템은 어떤 다른 분야의 ARS보다도 잘 구축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정길호 회장은 “ARS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민원을 제기하거나 상담사와의 연결을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원하는 서비스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며 “시스템적으로는 가이드라인대로 잘 준수했을지 모르지만 CS(customer satisfaction) 측면에서는 다른 분야에 비해 소비자 접근성이 굉장히 낙후돼 있다”고 평가했다.

금소원은 이번 은행권 ARS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보험, 증권 등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조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시중은행 10개, 지방은행 2개(부산, 대구은행) 총 12개를 대상으로 지난 4월 6일부터 17일까지 은행별로 60회씩 총 720통화를 주 5일간 각 시간(10~12시, 13~15시, 16~18시)에 걸쳐 은행별 4통화씩 시행했다. 평가는 전문평가원이 ▲소요시간 측정 ▲상담원 평가 ▲종합평가 3개 영역으로 나눠 진행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