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승연 기자] 28일 100엔당 원·엔 재정환율이 장중 800원대로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이 개장하기 전 100엔당 900원선 아래로 떨어진 적은 있지만 장중 800원선을 기록하기는 895.57원을 기록했던 2008년 2월 29일 이후 7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9시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7.28원으로 전일 오후 3시 기준 거래가보다 5.01원 급락했다. 지난 23일에는 서울 외환시장 개장 전 비공식 재정환율이 900원선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원·달러 환율도 출발 직후 1069.65원까지 떨어지면서 연중 최저점이었던 전날 1073원(종가기준)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원·달러 및 원·엔 환율의 하락은 월말 네고(수출업체 달러화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달러화 공급이 늘어난 데다가 외국인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7일 이후 15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4조 6000억원을 웃돈다.

원엔 환율 하락은 전날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영향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피치는 27일 일본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선진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높은 공공부채 비율을 갖고 있음에도 소비세율 인상 연기 여파를 상쇄할 수 있는 조치를 올해 예산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원엔 환율 최저 소식에 우리나라 수출 시장엔 적신호가 켜졌다. 원엔 환율 하락 시 해외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 중인 자동차나 IT 분야 등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한편 환율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우리 외환당국은 미세조정 등의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현재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일방적인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경우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설 예정이다.

원엔 환율은 간접거래에 의해 계산되는 만큼 급격한 변동에 대해 빠른 정책적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엔 환율은 시장에서 원화와 엔화 간 직접 거래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을 통해 간접적으로 계산되는 재정환율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엔저 추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작년 10월 발표한 ‘엔저 대응 및 활용방안’에 이은 추가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던 상황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엔저 기조와 관련해 “위든 아래든 한 방향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현상이 있는지 지켜보겠다”며 “기본적으로 시장의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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