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퇴의사를 밝힌 이완구 총리가 21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발코니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사의까지 63일… 헌정사상 최단기 총리 오명
깜짝 카드 번번이 실패… 운신의 폭 더 좁아져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두 번의 총리 사퇴와 세 번의 총리 후보자 낙마.

이완구 국무총리마저 ‘인사 참사’의 제물로 전락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악몽’이 끝나지 않고 있다. 무려 다섯 명의 국무총리 및 내정자가 낙마 내지는 중도 사퇴의 운명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성완종 파문의 직격탄을 맞고 사의를 표명한 이 총리의 재임기간은 63일. 헌정사상 최단기 총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 총리의 사퇴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리 역시 인사 실패임을 자인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 총리는 총리 인준을 위한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언론 외압 논란에 휩싸이면서 곤욕을 치렀다. 도덕성에 많은 상처를 받았지만, 청문회 문턱은 가까스로 넘었다. 그러나 자원외교비리 수사 도중 숨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국 고배를 마시게 됐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총리 내정자가 연이어 낙마하는 등 수난을 겪었다.

초대 총리로 지목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은 전관예우 특혜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휩싸여 지명 5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소아마비 장애를 딛고 일어선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깜짝’ 카드는 순식간에 도덕성 치명타로 구겨졌다. 초대 총리 후보 낙마라는 초유의 사태는 그러나 인사 참사의 서막에 불과했다.

무난하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던 정홍원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세월호 참사 대응 미숙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이다. 이에 따라 후임으로 내정됐던 ‘국민 검사’ 안대희 전 대법관은 전관예우와 고액수입 논란으로 중도하차했다. 기자 출신 첫 총리 지명 대상자로서 의외의 발탁이란 평가를 받았던 문창극 총리 후보자마저 식민사관 논란으로 낙마했다.

후임 인선이 늦어지면서 정 전 총리는 박 대통령의 유임 결정으로 직을 유지해오다가 올해 초 청와대 쇄신 분위기에 따라 전격 교체됐다.

정 전 총리에 이어 ‘책임총리’ 카드로 선택됐던 이 총리 역시 중도하차하면서 박 대통령은 후임 총리 인선을 또다시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특히 이번엔 인사 참사의 여파가 크고 현재 진행형이란 점에서 운신의 폭마저 더 좁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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