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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전쟁사 제대로 배운 사람, 고작 10명 중 1명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일본인들이 과거 전쟁사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임에도 자국이 피해국가들에 충분한 사죄와 보상을 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후 70주년을 맞아 지난 3~4월 아사히신문이 일본인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에서 ‘전쟁 등으로 피해를 준 국가와 국민에게 사죄와 보상을 충분히 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과반수인 57%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충분치 않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24%로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일본인 대부분은 과거 전쟁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 전쟁사에 대해 ‘학교에서 제대로 배웠다’고 응답한 사람은 고작 13%에 그쳤다. 그러함에도 일본 정치인들이 ‘피해를 준 국가들에 앞으로도 사죄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은 42%로 절반에 가까웠다. 사죄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의견은 46%로 조사됐다.

전쟁 등 피해를 준 주변국가와의 관계를 묻는 항목에서는 ‘잘 지내고 있다’는 응답은 46%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50%)보다 적었다.

이 매체가 지난달 일본과 같은 2차대전 패전국인 독일에서 현지 업체에 의뢰해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유효응답자 1000명) 결과 독일인은 73%가 ‘피해국에 대한 사죄와 보상이 충분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인 독일과 일본은 전후 상반된 행보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1970년 12월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는 독일 총리 가운데 최초로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 유대인 학살의 상징적 장소인 ‘게토 기념비’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2013년 12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대에도, 제2차 세계대전 전범들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해 전쟁 피해국의 공분을 샀다.

◆미국 거주 일본인 63%, 사과에 부정적

미국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주제로 설문조사가 최근 실시됐다. 미국인들은 5명 중 3명꼴로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중 저지른 일’에 대해 이미 충분히 사과했거나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자국 내 미국인과 일본인 각 1000명을 상대로 ‘2차 대전 종전 70년’을 기념해 전화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미국인 응답자 중 61%가 일본이 2차대전 관련 충분히 사과했거나(37%) 사과할 필요가 없다(24%)고 대답했다. ‘충분히 사과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일본인은 ‘충분히 사과했다’는 의견이 48%를 차지했고, ‘사과할 필요 없다’는 의견은 15%였다. 도합 63%가 자국이 사과하는 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충분히 사과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28%로 이번 조사 결과에 크게 못 미쳤다.

한편 일본 내에서는 2차 대전 당시 일제가 저지른 만행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일었다. 지난 12일 일본 의사와 학자 등 일본 의학계는 2차 대전 중 벌어진 일본군 731부대(정식명 관동군방역급수부본부)의 생체 실험 등에 관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의사 윤리 과거·현재·미래 기획실행위원회(기획위)’는 일본 교토 소재 지온인 와준회관에서 ‘역사에 입각한 일본 의사 윤리의 과제’라는 특별 행사를 개최하고 731부대의 생체실험 문제를 조명했다. 이날 행사는 기획위가 전후 70년을 맞아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실시했다. 당초 올해 총회 때 731부대의 생체 실험 등 전쟁 중 일본 의학자·의사가 행한 비인도적 행위를 고찰·반성하자고 일본의학회에 제언했으나 수용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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