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코틀랜드 작가 조해너 배스포드(31)의 ‘비밀의 정원(Secret Garden)’ ⓒ천지일보(뉴스천지)
조해너 배스포드 ‘비밀의 정원’ 140만권 이상 판매
한국에서만 43만부 판매… 색칠하며 스트레스 날려
완성된 결과물 통해 존재감 확인할 수 있는 기회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어릴 적 하얀 도화지에 그려진 그림을 따라 색색의 연필이나 크레파스로 면을 채워가는 색칠놀이를 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색을 채워가던 그 시절, 혹시라도 크레파스 색깔이 선을 넘어갈까 조심스러워했던 그 추억이 이제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어른이 된 이들에게 다시금 찾아왔다.

언제부턴가 어른들 사이에서 색칠놀이 열풍이 불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색칠놀이에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어른들이 열광하면서 관련 서적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색칠놀이 책은 스코틀랜드 작가 조해너 배스포드(31)의 ‘비밀의 정원(Secret Garden)’으로 2013년 봄 출간돼 지금까지 22개 언어로 번역돼 140만권 이상이 팔렸다.

이 책은 한국에서만 43만부가 팔려나가며 작가를 문학적 명사의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기자 주변에만도 ‘비밀의 정원’ 색칠놀이에 빠져있는 지인이 꽤 된다.

‘비밀의 정원’은 아마존 3월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입성해 미국에서만 7만 5000부를 새로 찍기로 했으며, 지난 3월 배스포드의 신작 ‘신비의 숲(Enchanted Forest)’도 초판만 22만 6000부를 찍었다고 하니 그야 말로 ‘색칠놀이’ 열풍이다.

어린이들의 놀이로 생각돼 오던 ‘색칠놀이’가 어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색칠놀이를 통해 마음의 안정과 편안함을 찾고자 하는 데 있다. NYT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배스포드에게 “색칠놀이를 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는 내용의 팬레터를 보내고 있다.

기자의 지인들도 “색칠놀이를 하고 있을 때만은 다른 생각이 안 든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색칠놀이로 푼다는 것이다. 물론 이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 스트레스 받는 어른들을 위한 안티-스트레스 컬러링북이 뜨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직장인 P(여, 30살)씨는 “쌓여가는 스트레스와 많은 생각들로 일에 집중이 안 돼 컬러링북(색칠놀이)을 시작했다”며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쌓인 스트레스도 풀 겸 색칠놀이를 시작했는데 오히려 스트레스가 하나 더 늘어난 것 같다. 몇 시간을 칠했는데도 몇 군데밖에 칠하지 못했다”고 ‘안티 스트레스 컬러링북’이 아닌 ‘스트레스 컬러링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P씨는 “몇 시간에 걸쳐 색칠한 것을 지인에게 보여줬더니 ‘30분이면 다 칠할 것 같다’고 말했다”며 “색칠놀이를 통해서도 사람의 성격이나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자신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한 번 시작한 것이니 끝까지 해보려고 한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실 컬러링북이 지금처럼 인기를 얻게 된 데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완성한 컷을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게재하면서 입소문을 탄 것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컬러링북 인기 비결을 ‘안티 스트레스’로 꼽았다. 쉽게 말해 눈이나 귀, 입이 경험한 것들은 흘러가는 것이 많지만 손으로 행하는 작업은 자신이 직접 행해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에 스스로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림은 자기 스스로 통제할 수 있기에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미 그려진 스케치에 색을 채우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안락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컬러링북의 인기비결이 무엇이든지간에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컬러링북’ 열풍이 일에 치이고 일상에 지쳐 무료함과 스트레스에 빠져있는 이들에게 봄날의 따스한 바람처럼 잔잔한 행복을 선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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