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사관 반영 강요”… 취소요구
“재량 범위에서 적절하게 이뤄져”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교육부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에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도록 명령한 것은 적법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경란 부장판사)는 2일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 주진오, 한철호 공동대표 등 11명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수정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수정명령은 그 필요성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피고의 재량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이뤄진 것”이라며 “북한 관련 서술 및 박정희 정부의 경제정책 등 세부적 내용서술에 관해 수정 필요성이 있다. 내용상 하자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교과서 검정을 위한 도서심의회의 구성에 준하는 수정심의위원회가 구성됐고 소집절차와 심의방식에도 하자가 없었다.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지난 2012년 10월18일 독재정치를 미화하는 등 다수의 역사적 사실관계 오류 등 교과서로서 부적합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교학사 교과서를 포함한 검정합격 교과서 7종에 대해 총 829건을 수정·보완토록 권고했다. 더불어 수정명령을 수용하지 않는 출판사의 교과서는 발행을 정지하겠다고도 통보했다.

이에 발행사와 집필자들은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사항을 반영한 수정·보완 대조표를 제출했다. 교육부는 ‘수정심의회’를 구성해 이 대조표를 심의해 같은 해 11월29일 788건을 승인하고 리베르출판사 교과서를 제외한 나머지 7종 교과서의 41건에 대해서 수정명령을 통보했다.

교학사의 경우 동아일보 사주 김성수에 대해 일본식 성명 강요를 거부하거나 일제가 제의한 작위를 거절했다는 등 사실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 수록됐다는 점이 지적됐다. 금성출판사는 박정희 정부 시기 외자 도입을 통한 수출 주도형 성장 정책은 1997년 외환위기가 일어나는 한 원인이 됐다고 서술해 삭제 명령을 받았다. 그밖에 두산동아와 지학사 등은 천안함 피격·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에 대해 문장의 주어가 생략돼 있어 행위의 주체가 분명하지 않으므로 수정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

이에 금성출판사와 두산동아 등 6종 교과서 집필진 12명은 “교육부의 수정명령을 보면 사실상 ‘수정’의 정도를 넘어 특정사관의 반영을 강요하는 등 실질적으로 교과서 내용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며 수정명령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냈다.

한편 법원은 지난 2013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집필진들의 저작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수정명령의 효력 등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일선 학교에는 교육부 요구대로 수정된 교과서가 배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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