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대학교가 최근 발표한 학사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학과 통폐합 대상이 된 영화학과 등 일부 학과 소속 신입생·재학생들이 27일 오전 서울 광진구 서울캠퍼스 학생회관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잘 나가는’ 학과 비중은 높이고, 비인기 학과는 축소하고
건대·중앙대 등 학교 측과 교수·학생 학사개편 두고 내홍

[천지일보=임문식, 장수경 기자] “우리는 결코 취업만을 위해 입학한 것이 아닙니다.”

지난 27일 서울시 광진구 건국대학교 학생회관에 모인 학생들의 손엔 ‘공정하지 못한 방식, 예술을 죽이는 길입니다’ ‘소통 없는 통폐합 반대’ 등의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건국대의 학사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통폐합 대상이 돼버린 학과 학생들이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앞둔 가운데 대학마다 학과 통폐합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위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육성하는 대학에 대해 집중 지원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대학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선 탓이다.

건국대와 이화여대, 중앙대, 서강대, 한성대 등 대다수 대학들이 학사 개편 과정에서 학과 통폐합을 추진하거나 검토하면서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건대의 경우 100% 학과제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학과 통폐합 문제가 발생했다. 건대는 지난 22일 유사중복 학과 10개를 통합하고 학부제를 대학 학과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학사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기존 15개 단과대학 73개 전공(학과)은 63개 학과로 바뀐다. 2016학년도 신입생부터 학부가 아닌 학과로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통폐합 대상이 된 올해 신입생들은 개편안 폐지를 요구하면서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통폐합 대상이 된 영화학과 등 7개 학과 소속 신입생과 재학생들은 학생회관 등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 측의 학과 통폐합 방침을 비판했다. 남주미(20, 영화학과) 학생은 “돈이 되지 않는 공부는 건국대학교에서 할 수 없다는 말이냐”며 “정말 영화와 예술의 가치와 의의가 취업률에만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유사학과 통폐합으로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학사구조개편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중앙대는 지난 2월 학과제 폐지를 추진했다가 보류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학과제를 폐지할 경우 비인기 학과가 통폐합 될 수 있다는 우려와 반발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학과제 폐지에 대해 교수와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중앙대는 24일 신입생 모집단위만 광역화하는 방향으로 수정안을 냈다. 하지만 경쟁력이 낮은 학과를 통폐합하겠다는 기본 방향은 그대로여서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학교마다 학사개편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취업이 잘 되는 학과의 비중을 늘린다는 점에선 학교들이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인기 있고 취업이 용이한 학과의 비중은 확대하고 비인기 학과의 비중은 축소하는 쪽으로 학사개편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이 이처럼 내홍을 무릅쓰고 통폐합에 목을 매는 이유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 때문이다. 이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별 재정지원이나 학생정원 여부가 달라진다. 이에 대학들이 상위 등급을 얻기 위해 취업률 낮은 비인기 학과 통폐합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우선 당사자인 학생들이다. 통폐합 대상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은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학과를 변경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취업률 논리에 밀려 인문학 등 기초분야 학문이 퇴보하거나 축소되는 것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교육의 주체인 교수와 학생이 동의하지 않으면 목적달성을 할 수 없다”면서 “학교 개편이 단시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장기간 발전계획을 세우거나 학생 간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김한성 11기 의장은 “취업률이나 여러 지표로 학과 통폐합을 결정하는 것은 학문을 무시하는 것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이라면서 “대학 구조개혁 평가 아래에서 좀더 점수를 잘 맞게 하기 위해서 (통폐합을) 하는 것 같은데, 근본적으로 봤을 때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