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 ‘게임의 룰’을 정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오는 8월 31일까지 활동하게 되는 정개특위는 당장 시급한 선거구 재획정 문제를 비롯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권역별 비례대표, 석패율제 도입 등 선거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모두 선거제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이번의 정개특위는 실로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개특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아 보인다. 헌재가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기존의 3대 1에서 2대 1로 변경해야 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대폭적인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최소 60여곳 이상의 선거구가 조정돼야 한다. 과연 이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벌써부터 일부 통폐합 지역구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특위 위원 인선에 대한 반발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구 조정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책까지 나올 수 있을지는 더 의문이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는 여야가 원칙적인 찬성 의견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칫하면 말이 오픈프라이머리이지 정치 신인들에게는 철벽이 되고 현역 국회의원들에겐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기득권으로 고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현역 국회의원들이 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경우는 선거지형까지 바꿀 수 있을 만큼의 큰 변화를 촉발시킬 수 있는 사안이다. 어쩌면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이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고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데 앞장 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 역시 ‘제 밥그릇 챙기기’ 수준을 넘어 설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커녕 비례대표 의석수만 줄일지도 모를 일이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정치개혁을 현역 의원들에게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기회에 선거구 개편을 비롯한 정치개혁 전반에 대한 논의 기구를 국회 외부에 독립해서 신설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 생각된다. 거기서 논의된 결론을 국회가 최대한 반영해서 입법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뜻이다. 사실 정개특위의 역사는 기득권 논리로 대변된 오욕의 역사였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독립적인 외부 기구에서 제대로 된 논의를 통해 선거제도의 선진화를 정착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치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번만큼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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