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정부와 국회,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번번이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해 예산국회 때 예산편성을 놓고 정부와 국회가 날을 세우더니 올해 들어서는 시·도교육청과 기획재정부가 한 치 물러남 없이 갈등을 표출했는 바, 그 원인은 예산 때문이다. 올해 누리과정에 필요한 총 예산은 3조 9000억원(유치원 1조 7885억원, 어린이집 2조 1429억원) 규모이나 시·도교육청에서는 재정적 여력이 없어 1조 7000억원 정도를 편성하지 못했다.

부족한 예산에 대해서 정부에서는 지난해 2월에 영유아보육법시행령(제23조)을 개정해 무상교육 비용을 ‘보통 교부금’으로 부담한다고 규정에 따라 시·도교육청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에서는 기재부가 근거로 들고 있는 영유아보육법시행령 제23조의 조항은 상위법인 영유아보육법 제34조 3항에서 따져볼 때 “무상교육 실시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전담하거나, 적어도 보조해야 한다”는 규정에 배치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무상교육은 국가책임으로 전액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중이어서 입씨름이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을 보일 기미가 없자 지난해 말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누리과정 부족 예산 1조 7000억원 가운데 5064억원은 국고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교육청들이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법을 고쳐 해결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여야 원내대표단이 지난해 말 누리과정 예산에 지방채 발행이 가능하도록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야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주례회동을 갖고 당초 계획된 바대로 누리과정 국고지원 예산 5064억원을 집행하고,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 미봉책에 불과하고 언제든지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의 갈등이 재발될 수 있다. 만3∼5세 아이들을 위한 누리과정은 사실상의 의무교육 실현을 위한 제도이니만큼 그 예산은 영유아보육법에 의거 전액 국가가 부담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준 높은 교육과정이 제공되고 학부모들은 보육대란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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