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계를 걱정하는 3대 종교의 학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 사무실에서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한국 불교의 깨달음 지상주의’를 주제로 제1차 종교 포럼을 열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화쟁문화아카데미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포럼

불교·개신교·천주교 학자 ‘깨달음 지상주의’ 비판
“깨달음 자체는 좋은 것… 특권화·신비화가 문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불교계에서 소위 ‘깨달았다고 하는 자’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불교계 내에 이들에 대한 특권화와 신비화가 만연돼 있는 게 아니냐는 자기성찰이 담긴 화두였다.

지난달 28일 종교계를 걱정하는 3대 종교의 학자들이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 사무실에서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한국 불교의 깨달음 지상주의’를 주제로 제1차 종교 포럼을 열었다.

◆조성택 “한국불교에서 ‘깨달음’, 소수의 특권”

이날 발제에는 화쟁문화아카데미 조성택 대표가 나섰다. 그는 ‘깨달음’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깨달았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특권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불자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어려운 법문이 정말 ‘깨달은 자’의 법문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조 대표는 “한국불교에서 깨달음은 소수의 선택된 자들만이 체험할 수 있는 영역으로 특권화돼 있다”며 “깨달음의 영역에 대한 의심과 비판은 스스로 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님들의 법문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어려우면 뭔가 있다고 생각해 결국 스님들과 불자들 사이가 ‘불통’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불통을 신비화해 자신을 숨기는 은폐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재가불자들은 스님들의 법문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인데도 ‘깨달은 사람이니 뭔가 다르겠지’라는 생각으로 비판을 제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울러 스님들은 ‘깨달은 사람이 아니면 말을 하지 말라’는 말로 비판하는 신도들의 입을 막으며, ‘신비화’를 통해 자신의 깨달음에 대한 실체를 은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가불자들은 스스로 경전을 공부하면서도 스님들의 수행을 바라보고만 있는 관중이 될 뿐이라는 날선 비판이다.

◆오강남 “깨달음은 중요한 것, 특권화가 문제”

이에 기조발제를 맡았던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는 ‘깨달음’을 이용해 신비화하고 특권화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동의하면서도 “종교계는 깨달음 자체를 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깨달음 자체를 무시한다면 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의 기본을 없애는 것”이라며 “스님들만 깨달음을 추구할 게 아니라 불자들도 깨달음을 얻고자 해야 한다. 깨달음의 대중화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조성택 대표는 “깨달음에 대해 무조건 비판하는 게 아니다”며 “다양성의 인정을 말하는 것이다. 유일무이하게 깨달음에만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만이 학자의 모델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호킹스 박사처럼 추상적인 이론을 완성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실천적인 것에 일생을 쏟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 종교계를 걱정하는 3대 종교의 학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 사무실에서 ‘종교를 걱정하는 불교도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한국 불교의 깨달음 지상주의’를 주제로 제1차 종교 포럼을 열었다. 왼쪽부터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실장,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참석자 “한국불교에 ‘깨달은 사람’ 있는 것인가”

포럼을 듣던 한 참석자는 스님들의 ‘깨달음’을 위한 구도 생활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했다. 이 참석자는 “과연 깨달음을 위해 일생을 바치는 그러한 스님이 오늘날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절절한 각오가 아니라 종단에서 수행을 관리하기 때문에 수행에 들어간다는 소리도 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승가대학 등 불교계 학교에서도) 깨달음을 추구하는 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며 “궁극적인 깨달음 얻겠다는 분을 만나보지도 못했다. 깨달음 추구하는 분이 없는 게 오히려 불교계의 더 큰 위기”라고 꼬집었다.

토론자로 나선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은 이러한 불교계의 깨달음의 ‘특권화’ ‘밀실화’가 위계질서를 만들어내는 ‘장치’일 수 있다고 분석하며 개신교계에도 이처럼 위계질서를 만들어내는 비슷한 ‘장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 김진호 “개신교의 ‘교리’도 위계질서 만들어내”

김 연구실장은 “개신교 도그마(교리)도 위계질서를 만들어내고 우리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무감각하게 하고, 치밀하게 믿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되고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며 “개신교 신학은 믿음이 뭐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할 정도로 모호한데, 이러한 모호한 신학이 묘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의미도 모른 채 성경을 몇독씩 한다고 하는 개신교인들에 대해서는 “성경은 잘(제대로) 읽지 않으면 우리에게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며 자의적인 성경해석에 대해 경계했다.

해방신학연구소 김근수 소장은 ‘깨달음’에 대해 “행동하지 않는 깨달음도 깨달음으로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행동한 만큼 깨달았다고 봐야 하는 게 옳지 않겠나”라고 실천을 중요시 했다.

이날 발제에는 불교계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가 나섰다. 개신교계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실장과 가톨릭계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은 토론에 참여했다. 기조연설은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가, 사회는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가 맡았다. 오는 11월까지 9차례 걸쳐 진행되는 이번 포럼의 다음 시기는 3월 28일이다. 김진호 연구실장이 ‘개신교의 배타주의와 타자의 악마화’에 대해 발제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