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일각에서는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Je ne suis pas Charlie)’ 캠페인이 퍼지고 있다. (사진출처: jtbc 뉴스 캡처)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 테러를 규탄하는 슬로건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가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는 가운데 유럽 일각에서는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Je ne suis pas Charlie)’ 캠페인이 퍼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는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에는 반대하지만 종교적 증오를 부추기는 극단적 풍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표현의 자유는 지지하지만, 이슬람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과도한 만평에는 반대한다는 뜻이 담겼다.

로이터는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 선언이 아직 소수에 머물고 있지만 이번 테러 사건을 계기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샤를리 엡도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중잣대를 가졌던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한다”는 파리 시민의 인터뷰를 실었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록산 게이는 “표현의 자유를 믿지만 개인적으로 샤를리 엡도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파리1대학의 한 남학생은 프랑스 일간 르 몽드와 인터뷰하면서 “샤를리 엡도는 프랑스에 사는 무슬림을 존중하지 않았다”며 “무함마드 폄하 만평과 반유대 코미디언 ‘디외도네’와 다른 것이 무엇이냐”고 말했다.

코미디언 디외도네 음발라 음발라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밤 나는 ‘샤를리 쿨리발리’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글을 올렸다가 테러 선동혐의로 체포됐다.

프랑스 검찰은 테러 규탄과 희생자와의 연대를 강조하는 구호인 ‘나는 샤를리다’와 유대인 식료품점에서 인질극을 벌여 4명을 살해한 테러범 아메디 쿨리발리의 이름을 엮은 이 글이 테러를 미화했다고 판단해 기소를 결정했다.

디외도네는 이 같은 검찰의 결정에 반발하며 “우리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에 살고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디외도네는 자신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12일 페이스북에 내무장관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올려 “당신은 내가 샤를리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데도 나를 쿨리발리처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르 몽드는 “샤를리 엡도가 (최신호) 1면에 종교 만평을 싣는 동안 왜 디외도네는 공격을 받느냐”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중잣대를 지적했다.

샤를리 엡도의 창립 멤버인 앙리 루셀(80)도 테러 공격으로 사망한 잡지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를 도가 지나쳤다며 비판했다.

루셀은 샤르보니에의 집요한 도발 탓에 동료들이 죽음을 당했다며 “샤르보니에 당신이 정말 원망스럽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샤를리 엡도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풍자 만평을 잇따라 실은 것을 두고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며 “샤르보니에는 ‘놀라운 친구’이지만 고집 센 ‘멍청이’이기도 했다”고 한탄했다.

한편 샤를리 엡도 특별호에도 무함마드 만평이 1면에 실려 이슬람권이 강하게 반발하며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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