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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1년 유예 결정에 비난 여론 거세
일부 대형교회 반대에 정치권 눈치보기는 ‘계속’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만약에 종교인들이 세금을 안 내면 이 공공기관을 다른 사람들이 세금을 내서 운영을 해야 된단 말이에요. 그런데 종교인들도 그 덕을 보지 않습니까? 이건 무임승차고 매우 무책임합니다. 물론 종교인들 가운데 한 70%는 세금을 안 내도 되는 정도의 소득을 누리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한 30% 가운데도 이미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건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를 않아요. 그 사람들만 양보하면 얼마든지 이 문제가 해결되는데요. 내년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모든 종교인들이 자진해서 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25일 JTBC 뉴스 방송 중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발언)”

정부가 내년부터 적용키로 했던 종교인 과세 방침을 1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해 종교인 과세가 사실상 시행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2016년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에 2017년 대통령선거까지 예정돼 정치계는 더욱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형평성’ 논란이 거세며 종교인과 정부를 향한 질타의 목소리가 높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5일 ‘2014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을 통해 종교인 소득세 시행 시기를 2016년으로 유예한다고 밝혔다. 1년 미뤄 2016년부터 과세를 한다는 것인데, 2016년과 2017년 연달아 총선과 대선이 예정돼 있어 정부와 새누리당이 종교인의 ‘표심’ 눈치 보기로 과세 강행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정치권 표심 눈치보기 이어질 듯

당초 정부는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사례금)으로 분류해 내년 1월 1일부터 과세하려 했다.
그러나 개신교계 일부가 거세게 반발했다. 이달 9일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에서 종교계의 반발을 우려하며 개정 시행령 적용에 대해 2년 늦추는 방안을 요구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공기관 개혁 문제만 해도 벅찬데, 종교인 과세까지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배경이다. 정부는 새누리당의 요구를 절반 수용해 1년 유예 결정을 내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교인소득 과세 준비기간 등을 감안했다”며 “내년 정기국회에 종교인소득 신설, 종교단체의 원천징수의무 삭제 및 종교인 자진신고·납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 수정대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가 사실상 무산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9월 정부는 종교인 소득을 원천징수하는 내용을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개신교 일부 대형교회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개정안 제출 두 달만에 소득세법 개정대신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4%를 원천징수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개신교계의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올해 2월에는 한국기독교시민총연합이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국회의원에 대해 ‘국회의원‧정당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같은 달 정부는 원천징수 방침을 거둬들이고 자진신고·납부 방식으로 바꿔 소득세법 개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했다. 종교인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소득을 근로소득 개념으로 보는 ‘원천징수’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자진신고‧납부’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소득 분류도 기타소득 항목의 세부항목에 ‘종교인소득’ 항목을 신설하고, 소득 내용은 ‘개인의 생활비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는 금품’으로 한정했다.

◆실질적인 납세 대상은 ‘대형교회’

또 세율 적용방식도 일괄방식이 아닌 변경안을 제시했다. 세금을 납부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목회자에 대한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한 근로장려금(EITC) 적용방안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오히려 대다수의 목사들에게 혜택이 있다. 현재 각 교단마다 미자립 교회는 70~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생계유지가 어려워 이중직을 택하는 목회자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종교인 과세가 확정되면 이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홑벌이 가족을 기준으로 연 급여가 2100만원 이하면 월 100만원 정도를 지원 받을 수 있다. 단 세금을 내고 소득을 노출시켜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3년 세법 분석 당시 개신교 교직자(57.5%)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EITC를 737억원으로 계산했다.

실제 납세 대상이 되는 교회는 대부분 대형교회들이다. 이에 대형교회들이 납세 거부 또는 회피라는 인식을 벗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납세를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기독공공정책개발연구원 장헌일 원장은 최근 언론 기고글을 통해 종교인 납세 반대에 대해 “종교인 과세를 명분으로 종교 고유의 영역이 침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종교인들을 지하경제의 주범처럼 여기거나, 반종교적 활동의 일환으로 종교인 과세 운동이 전개되는데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한국교회를 향해서는 “과세 유예기간을 통해 종교계는 자발적인 납세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그 동안 종교계가 종교인 과세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한 것이 납세 거부 또는 회피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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