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분쟁이 극심했던 올해 한편에서는 평화를 위한 행보도 가파르게 진행됐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손. ⓒ천지일보(뉴스천지)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종교인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래서 “종교인이 자신이 믿는 신의 뜻대로만 행한다면 지구촌에 전쟁은 사라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사랑과 평화를 위해 앞장서야 할 종교가 불행히도 오히려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2014년엔 특히나 종교가 원인이 된 전쟁·테러·납치·학살 등으로 지구촌이 심한 몸살을 앓았다. 반면 화합과 평화를 위한 종교인들의 노력도 이어졌다. 올해 일어난 종교분쟁과 종교화합의 행보를 살펴보고 세계평화를 위해 종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생각해본다.

분열 극심했지만 평화성과도 이어져
교황, 미국-쿠바 국교정상화에 기여
가톨릭-동방정교회 천년 갈등 풀어

이만희 대표, 민다나오 유혈분쟁종식
세계평화 초석 ‘종교대통합 만국회의’
국내 종교계도 한반도 평화 위해 나서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 2014년은 종교분쟁과 테러로 인한 암울한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어느 해보다 눈부신 평화행보들이 이어졌다. 실질적인 성과를 올려 국제사회가 주목한 사례를 중심으로 종교계 평화행보를 정리했다. 아울러 국내 종교계의 평화행보도 진단했다.

지난 17일 전 세계 12억 가톨릭교인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30년 외교 역사상 가장 큰 성과를 올렸다. 미국과 쿠바가 53년 만에 역사적인 국교정상화를 선언했으며, 이에 남미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쿠바가 가톨릭 전통이 강한 국가라는 점이 협상에서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가 발표된 날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78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모두 양국의 관계 정상화를 발표하며 교황에게 “고맙다”면서 교황과 가톨릭교회의 역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지난 17일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 뉴시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여름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한테 직접 편지를 써 보냈다. 그는 양국 대표에게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하고,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을 호소했다. 민주당 리처드 더빈 상원의원(일리노이)도 바티칸의 개입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로이터 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확인했다. 교황은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 선언 뒤 “하느님이 역사적 결정에 따뜻한 축하를 보낸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바티칸은 양국 관계 강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터키 방문 동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의 화합을 촉구하며, 두 종교의 천 년 넘은 갈등을 끝내고 종교화합을 위해 노력하자는 공동선언문에도 서명했다. 또 이슬람 무장단체인 IS의 폭력이 종식돼야 할 것을 주장하고, 이들에게 박해받는 기독교도에 대한 지원도 호소했다. 두 종교는 지난해 3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식에 바르톨로뮤 1세 총대주교가 천년 만에 처음 참석하면서 화해를 모색해왔다.

올해 1월 아시아의 대표 종교분쟁지역인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평화협정 소식이 전해졌다. 가톨릭-이슬람 간 40년 유혈분쟁 지역으로 14만명 이상 사망한 민다나오는 가톨릭 교황도 평화협정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곳이다. ‘민다나오에 평화가 오면 세계 평화가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실상 평화는 불가능해 보인 곳이었다. 그런 지역이 한국인 평화운동가 이만희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대표에 의해 민간 평화협정이 이뤄졌다.

필리핀 대주교의 간청으로 민다나오를 방문했던 이만희 대표는 현지 종교인들을 향해 “신의 뜻은 전쟁이 아닌 평화”라는 사실을 일깨워 평화협정을 이뤄냈다. 이 대표가 이룬 성과가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전 세계가 이 한국인 민간 평화운동가를 ‘실질적인 평화를 이루는 인물’로 주목했다. 교황이 전 세계 12억 인구의 수장이라는 권력과 지위를 배경으로 쿠바와 미국의 국교 정상화에 기여했다면, 이 대표는 민간인 신분으로 교황도 해결하지 못한 종교분쟁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민다나오 평화협정 이후 국제사회는 이 대표가 제안한 ‘전쟁종식과 세계평화 해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지난 9월 17~19일 대한민국에서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주최로 치러진 ‘종교대통합 만국회의’에는 전 세계 전․현직 대통령과 대법관 및 정치․종교․여성․청년지도자 4000여명과 일반회원 20만명이 참석했다. “전쟁 없는 평화의 세계를 후대에 물려주자”는 취지 아래 ‘전쟁종식을 위한 국제법을 제정하고, 평화를 위해 종교가 하나 되자’는 평화협약서에 참석자 전원이 서명했다.

이는 인류가 염원한 평화의 세계를 이루는 역사적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행사 이후 이 대표는 루마니아 공산붕괴 25주년 행사에 초청 받았으며, 현장에서 만난 25개국 전직 대통령이 HWPL의 자문위원이 됐다. 최근에는 인도에서 열린 세계대법관 회의에 참석한 160여명의 대법관도 이 대표가 제안한 전쟁종식을 위한 국제법 제정에 동참할 것을 협약하고 HWPL의 자문위원이 됐다. 이처럼 민간인임에도 남다른 성과와 영향력 있는 지도자들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이 대표의 평화행보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 ‘평화의 세계를 물려주자’는 취지로 지난 9월 17~19일 국내에서 진행된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대표 이만희) 주최 ‘종교대통합 만국회의’에서 마지막 순서인 평화걷기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올해 국내서는 종단 간 화합을 위한 행사와 더불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가 다양하게 치러졌다. 지난 8월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제8차 총회가 ‘조화 속에 하나 되는 아시아’를 주제로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막했다. 이중 ‘한반도 통일과 동아시아의 평화’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워크숍은 남북 분단의 과정과 현재의 모습,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대화와 화해, 협력의 필요성을 되새겨 관심을 끌었다. 또한 폐막식에 앞서 아시아 평화와 인권을 위한 노력, 전쟁 중단, 한반도 평화 등을 위한 공동 협력을 다짐하는 총회선언문을 채택했다.

지난 11월에는 제17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 한국대회에 참석한 한중일 불교도들이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전쟁종식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함께 걸었다. 참석자들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데 한중일 불교도가 협력하고 더 나아가 동북아 안정과 세계평화에 이바지할 것임을 다짐했다.

이처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종교계 행사와 더불어 실제 남북한 종교단체 교류도 이전 보다 활발히 이뤄졌다. 지난 7월 천도교는 동학 120주년 기념행사의 남북 공동개최 논의를 위해 방북했다. 이어 8월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 남북공동기도회를 평양 봉수교회에서 진행했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시점에 이뤄진 종교계의 방북 행보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 새로운 통로가 됐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북한의 종교단체는 돈을 모으는 외교 수단일 뿐이어서 ‘생색내기식’ 종단 교류를 자제해야 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내년엔 종단별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가 어느 해보다 활발히 치러질 예정이다.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아 진행될 종교계와 민간단체의 평화행보가 한반도 평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조화 속에 하나 되는 아시아’라는 주제로 지난 8월 26~29일 열린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제8차 총회에 참석한 종교지도자들이 개막식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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