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태 후 만든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 무시하고
한목협 ‘한국교회연합을위한 교단장협의회’ 복원 추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올해 정기총회에서 탄생한 개신교 일부 교단 신임 총회장들이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를 재발족하겠다고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교단연합기관과 전 교단장들이 만든 협의회가 이미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개신교 분열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대표회장 김경원 목사)가 주최한 ‘2014 한국교회 신임 교단장 초청 축하 모임’이 열렸다. 이날 모인 교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전병금(강남교회) 목사는 지난 2001~2009년 활동했었던 한목협이 주도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의 복원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조직 구성 제안은 조성기(예장통합 전 사무총장) 목사를 통해 이뤄졌다. 조 목사는 향후 준비위가 조직될 경우 실무를 맡기로 했다. 목회자들은 예장합동·통합, 기감, 기성, 기장, 기하성 등 7개 교단을 중심으로 준비위를 구성하자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앞서 지난 5월 주요 교단장들의 참여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위로와 대한민국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가 이미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협의회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비롯한 교계 내외 장기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 신임 교단장 취임 축하 행사도 별도로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번에 구성하기로 논의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는 이미 가동하고 있었던 이 협의회와 성격이 유사하다. 또 이 단체가 앞서 운영되고 있던 협의회의 결정 사안들을 계승하지 않을 경우에는 갈등도 예상된다.

또 조성기 목사는 지난 5월 김삼환 목사를 주축으로 하는 ‘세월호 참사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위원회(교회위원회)’의 발족에 참여했었던 인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이 교회위원회는 교계의 지지를 얻지 못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와해됐다.

김삼환 목사는 지난 5월 협의회에 세월호 사건 관련 대규모 기도회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했고, 이후 단독으로 교계 주요 인사들을 모아 박근혜 대통령까지 초청해 기도회를 개최함으로써 정치성 행사를 치렀다는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아울러 교계에서는 김 목사를 주축으로 한 제4의 연합기구가 결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었다. 한기총과 한교연, NCCK가 교단연합단체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교계 연합기관 형성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이다.

이날 공식 모임에는 백남선(예장합동)·정영택(예장통합)·장종현(예장백석)·이신웅(기성)·이영훈(기하성 여의도순복음)·황용대(기장) 총회장 등 17개 교단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교단장협의회 구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당시에는 백남선‧이영훈 총회장 등이 자리를 뜬 상태였다. 당초 이날 모임은 친목 모임으로 소집된 것이었지만 공식 순서 이후 교계 관계자들이 갑작스럽게 교단장협의회 구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며 정치판이 됐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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