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제16대 중앙종회의원 선거는 오는 16일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비롯해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일제히 진행된다. 사진은 제15대 중앙종회가 지난 6월 25일 198회 임시회를 개회한 가운데 상정 안건을 논의하는 모습.ⓒ천지일보(뉴스천지)

“무자격자 스님, 사퇴해야”… 후보 자격 ‘이상없음’ 결론
후보자질·나눠먹기 우려… “부정선거 적발시 자격 박탈”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6일 치러지는 조계종 제16대 중앙종회의원(국회의원격)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이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돌입했다. 집행부를 꾸린 불교광장이 종헌 개정 의석을 확보하느냐, 야권을 대표하는 삼화도량이 불교광장의 독주를 막아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계종 34대 총무원 집행부의 성공 여부가 이번 선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결국 현 집행부가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백양사 도박사건 이후 추락한 신뢰에 대한 회복 방안과 종도들이 요구한 쇄신과 개혁의 목소리에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한 점은 집행부의 큰 짐이 되고 있다.

마곡사 돈선거, 적광스님 폭행사건, 불법 사찰토지 매각, 고위층 승려들의 도박사건 등 범계(범죄)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등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도 청산해야 할 과제다.

중앙종회 의석수는 직선직 51석과 직능대표 20석, 비구니대표 10석 등 총 81석이다. 이 가운데 직능대표는 독특한 선출방식을 갖고 있다. 선거법은 등록후보 중에서 율원 선원 강원 교육 포교 사회 복지 문화 법제 행정 등 10개 전문 분야별 2명씩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석수에 따라 선출한 직능대표선출위원 6명이 2명씩 총 12석, 총무원장과 교육원장, 포교원장이 각각 4석, 2석, 2석을 추천하는 관례가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전문성 확보를 위해 도입한 직능대표 종회의원 제도가 취지에서 벗어나 계파 간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중앙종회 종책모임(계파모임)들이 전문성을 갖춘 의원을 추천하기보다는 ‘정치적 거래’로 의원들을 배정하면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제16대 종회의원 선거 후보등록을 마무리한 결과, 직능대표 종회의원에 21명이 등록했다.

최근 중앙선관위는 이들의 자격심사를 마치고 전원에 대해 ‘이상 없음’으로 결정했다. 이로써 1명을 제외한 나머지 20명은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직능대표 후보의 뚜렷한 자격기준이 없고, 경쟁 없이 당선이 보장되다 보니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종단 내에서도 직능대표선출위원들의 ‘정치적 계산’과 ‘뒷거래’에 의해 후보자가 결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계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먹기식 선거를 치른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직능대표 종회의원 당선을 대가로 거액의 돈이 오가고 있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능력(전문성)은 갖추었어도 돈과 정치력이 없으면 종회의원이 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21명의 후보 가운데 율원, 강원 등 전문성 분야에 나선 인물이 하나도 없다. 규정하기가 모호한 행정 분야에 4명, 복지 분야에 4명, 문화 분야에 3명이 지원했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종사자’라는 규정을 피해가기 위해서다.

▲ 지난 2010년 10월 28일 실시된 제15대 중앙종회의원 선거의 ‘직할교구’ 투표 모습. (사진출처: 조계종)

◆“불법선거고발센터 설치해야”

실천불교전국승가회는 중앙종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종단의 자정기능 회복과 공명정대한 선거풍토 조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실천승가회는 지난달 말 성명을 통해 “지난해 마곡사 주지선거를 둘러싸고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현임 주지 스님과 상대 후보 스님이 기소돼 사회법에 의한 재판을 받고 있다”며 “이 사건으로 종단의 사회적 신뢰와 위상은 급격하게 추락했다”고 종단 내에서 벌어지는 금권선거 의혹을 지적했다.

이들은 “종단 선거법에서는 지지를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했을 경우 공권정지와 당선 무효 등의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선거법의 저촉으로 실질적인 처벌을 받은 사례는 종단 역사상 전혀 없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종도 역시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천승가회는 중앙선관위에 대해 “공명선거의 1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중앙선관위는 이번 선거만큼은 청정하고, 공정하게 치루겠다는 의지를 종도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불법선거고발센터 등을 설치해 부정선거의 사례가 적발된다면 선거가 끝난 이후라도 철저하게 조사해 중앙종회의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공명선거 운영을 요청했다.

◆범죄행위자 다수 종회의원 출마 우려

이 같은 바람과는 달리 이번 선거에서도 범계행위를 저질러 종단 안팎으로 논란을 빚은 스님들이 다수 직능대표 종회의원에 출마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원정 도박과 골프로 구설수에 오른 스님과 여성 종무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사임한 스님, 종단 산하 시설에서 밤샘 술판을 벌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스님들이 후보로 등록했다.

실천승가회는 금권선거, 음주, 폭행, 성희롱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후보에 대해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금권선거에 연루된 후보자, 음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후보자, 성희롱으로 공분을 샀던 후보자, 동료의원을 폭행한 후보자, 승려폭행 의혹으로 사회법에 제소돼 1심 판결을 받은 후보자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며 “또한 사회법을 통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등 종단의 위상을 추락시킨 후보자가 있다면 마땅히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중앙선관위는 직할교구를 비롯해 24개 교구와 직능대표, 비구니대표 입후보자에 대한 자격을 검토한 결과 전원 ‘이상 없음’ 결정을 내렸다.

현 집행부와 중앙선관위가 중앙종회의원 선거를 바라보는 종단 내 우려의 목소리에 어떤 해답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오는 13일 선거인명부 확정할 예정이다. 제16대 중앙종회의원 선거 투표는 16일 오후 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비롯해 전국 교구본사에서 일제히 진행된다. 직능대표와 비구니대표 선출은 13일 직능대표선출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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