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달라이 라마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 부었다. 지난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알바니아를 방문해 “종교가 폭력의 정당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고, 달라이 라마는 전날인 2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회의에서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살인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뉴시스)

“종교가 폭력의 정당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종교적 신념 내세운 살인, 생각도 할 수 없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력 대응이 시작된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과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주 달라이 라마가 IS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아랍인 간 교황을 겨냥한 테러 모의가 접수됨에 따라 바티칸이 경호를 강화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이다.

◆바티칸 비상경계… 아랍인 간 테러 모의 접수돼 

바티칸이 교황과 성 베드로 광장 일대에 대한 경호를 강화하며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IS가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테러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엔 아랍인들 간에 테러를 모의하는 대화가 접수됐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신문 일-메사제로는 “바티칸과 이탈리아 반테러 기관은 한 외국 정보기관이 바티칸을 대상으로 한 시범적 공격을 언급한 두 아랍인의 대화 내용을 통보해옴에 따라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고 지난 21일 보도했다.

IS가 교황에 대한 테러 계획을 갖고 있다는 보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바티칸이 이처럼 경호를 강화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었다.

현재 이탈리아의 사복 특별경찰관들이 폭발물 탐지견과 함께 바티칸 경찰을 지원하고, 바티칸 일대 호텔들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티칸에 주재하고 있는 아비브 알 사드르 이라크 대사는 라 나시오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국가(IS)’의 교황에 대한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줬다. 그는 “IS는 교황을 살해하려 하고 있으며, 교황에 대한 각종 위협 정보는 신뢰할 만하다”고 말했다.

IS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목표물로 삼은 것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교황이 최근 IS를 겨냥한 비판 발언을 이어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교황은 지난 21일 무슬림이 국가 인구의 56%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알바니아를 방문해 수도 티라나 대통령궁 앞에서 군중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며 “종교가 폭력의 정당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교황, 종교 앞세워 살상하는 IS 비판

교황은 “억압과 폭력을 행사하거나 그럴 계획을 세우면서 그 누구도 자신을 신의 갑옷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게끔 해야 한다”며 “어느 누구도 인간의 존엄성이나 기본권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데에 종교를 구실로 삼지 않게 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AFP통신은 교황이 IS가 벌이는 유혈사태를 분명하게 지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알바니아 정부는 교황에 대한 테러 위협에 대비해 약 2500명의 경찰력을 동원했다. 교황이 군중들과 가까이 인사를 나누기 위해 탑승하는 무지개 차도 거의 멈추는 시간이 없이 이동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달 19일 방한 후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도 IS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교황은 미국의 IS 공격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에게 “부당한 공격이 있다면 그것을 막는 것은 타당하다”며 “다만 ‘막자’는 것이지 그들을 폭격하거나 전쟁을 일으키자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또한 이라크 방문 의사를 밝히며 “일개 국가가 혼자서 IS를 어떻게 막을지를 결정할 수는 없다. 유엔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황청은 같은 달 “IS가 기독교도와 소수종파에 대해 참수, 십자가형 등 말로 다할 수 없는 범죄행위들을 저지르고 있다”며 “무슬림 지도자들의 명확하고 용감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달라이 라마 “살인, 지하드(성전) 아냐”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도 IS에 대해 “종교적 믿음이 다르다는 이유로 살상을 저지르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 2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종교지도자 회의 개막식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IS가 지하드(성전, 聖戰)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하드는 자기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과 싸우라는 것이다”며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은 지하드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또한 “경제적 이유나 정치권력 때문에 서로를 죽이는 것은 매우 슬프지만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살인하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종교지도자 회의에는 인도 내 이슬람을 포함한 9개 종교지도자가 참여했다.

한편 미국은 IS를 격퇴하기 위해 오랫동안 적대관계에 있었던 나라들과도 전략적인 연대를 하고 있다. 이슬람 시아파 무슬림이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란과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대표적이다.

◆이슬람국가(IS)는?

‘이슬람국가(IS)’는 2004년 이라크에서 한국인 김선일 씨를 피랍해 참수하고 동영상을 공개해 우리나라 여론도 집중한 바 있다.

IS의 가장 큰 특징은 잔인한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자신들의 힘을 SNS 등을 통해 과시한다는 점이다.

이들이 통치하는 지역의 소수민족이나 비이슬람교도들은 잔인하게 학살당하고 있다. 지난달 24일과 28일에는 IS에 붙잡힌 시리아 정부군 포로 150여 명과 250여 명을 잔혹하게 사살하는 영상과 사진이 공개됐다.

지난달 19일에는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이달 2일에는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트로프, 13일에는 구호요원이던 영국인 인질 데이비드 헤인즈를 잔인하게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최근에는 터키 접경지역인 시리아 쿠르드족을 공격해 10만 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잔혹한 수법으로 세력을 키워가고 있으며 미국 등 50여 개국이 연대해 격퇴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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