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 당국에 티베트의 자유를 요구하며 몸을 불태운 티베트인이 지난 2009년 이후 현재까지 130여 명이 넘는다. 튀니지 노점상의 분신으로 중동에서는 ‘아랍의 봄’이 촉발됐다. 하지만 6년째 티베트인의 분신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중국과 티베트의 상황은 ‘제자리 걸음’이다. 티베트인의 반중운동의 핵심은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귀환 등 종교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라고 볼 수 있다. 본지는 티베트인이 처한 현 상황을 조명하고 이들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 미래를 전망하고자 한다.

 

▲ 달라이 라마. (사진출처: 뉴시스)

교황은 되고 달라이 라마는 안 되는 대한민국 방문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있는 종교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지구촌에서 방문하지 못하는 나라는 단 두 곳뿐이다. 바로 중국과 대한민국이다. 달라이 라마는 한국 땅을 왜 밟지 못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 정부가 비자발급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 그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달라이 라마, 왜 한국에 오지 못하나

세계적인 종교지도자의 방한을 두고 정부가 180도 다른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최근 가톨릭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한했다.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교황의 방한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교황 방한에 공을 들였다. 일부에서는 과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를 바라보는 불교계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조계종 내에서 국회의장격인 중앙종회의장 향적스님은 정부의 이중 잣대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스님은 “정부가 방한비자를 지금까지 발급해 주지 않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분명히 종교적 편향”이라고 비판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지난 8월 ‘달라이 라마 방한 촉구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 정부에 달라이 라마 방한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수년에 걸쳐 불교계와 시민단체들은 달라이 라마 방한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거부당했다. 정부가 비자발급을 안 하는 이유는 한반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고려하는 것과 경제적인 불이익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불심으로 또다시 방한 추진

또다시 불교계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지난 7월 조계종 승려들을 중심으로 ‘달라이 라마 방한추진위원회’를 조직한 것. 위원장 금강스님은 “달라이 라마는 생명존중과 평화의 상징이며 세계가 인정하는 정신적 지도자”라며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불교계의 정당한 권리이자 종교 형평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는 방한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평화와 생명의 가르침을 통해 반(反)생명과 갈등의 사회를 치유해보자는 취지다. 방한추진위는 달라이 라마 방한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한국에 가고 싶다”고 수차례 전한 달라이 라마도 최근 중국-티베트 간 정치적 문제를 내려놓았다. 자신은 문화·종교 문제만 집중할 것이라는 뜻을 밝혀, 어느 때보다 방한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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