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8사단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과 관련 3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군인권센터, 김 일병 편지 공개… “왜곡‧은폐 책임져라”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군 당국이 육군 28사단 윤모(23) 일병 사망사건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폭행사건의 중요 목격자와 유족들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7일 군인권센터는 서울시 영등포구 센터 사무실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28사단 윤승주 일병 폭행 사망사건’의 목격자 김모 일병을 직접 만나서 들은 내용을 공개했다. 김 일병은 윤 일병이 의무대에 배치되기 전부터 천식 증세로 입원해 있던 환자로 윤 일병이 폭행당하고 사망한 과정을 목격한 병사다.

군인권센터는 “김 일병과 그의 아버지는 사건 초기부터 윤 일병을 도와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렸다”며 “이들은 지난 4월 11일 윤 일병의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는지 28사단 병영생활상담관에게 문의하는 등 수차례 윤 일병의 유가족을 만나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김 일병의 아버지는 지난달 13일 3군사령부 검찰부 간부 3명이 수사를 위해 김 일병을 찾아왔을 때도 윤 일병 유족의 동행을 요청했지만 군 당국은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 일병의 존재를 알게 된 후 그를 만나게 해달라는 윤 일병 유족에게 “김 일병이 원치 않는다”며 거절당했다고 센터는 설명했다.

이는 지난 6월 27일 윤 일병 사건 2차 공판에 김 일병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경위에 대한 군 당국의 설명과 일치한 부분이다. 당시 군 당국은 “김 일병은 의병전역을 해 고향인 경남 통영으로 내려가 증언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월 11일 브리핑에서도 국방부는 “군 검찰이 김 일병을 출석시키려 노력했지만 이미 천식으로 전역한 상태였고 김 일병의 부모가 출석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센터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김 일병은 6월 12일 군으로부터 한차례 전화를 받았다. 이후 김 일병의 아버지가 당시 공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듣지 못한 상황에서 (아들의)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아 지금은 출석이 어렵다고 답한 뒤에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김 일병 아버지는 군 당국의 비협조로 유족과 연결이 닿지 못하자 군인권센터를 찾아가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라며 “그런데 국방부의 브리핑 때문에 사회적 지탄을 받고 신상털이까지 당해 고통 받는 상황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당시 의무대에 오랫동안 입원해 윤 일병 폭행 정황을 잘 알고 있던 2명의 병사가 있었지만 군 당국은 전혀 조사하지 않았다고 임 소장은 지적했다.

또 임 소장은 “사건 이후 김 일병은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윤 일병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군 당국의 은폐, 조작으로 이중의 고통을 받아야 했다. 군 당국은 왜곡과 은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윤 일병의 둘째 누나가 참석해 김 일병이 윤 일병과 유족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공개됐다.

김 일병은 편지에서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저의 죄송함을 표현하기 위해, 망연자실해 하고 계실 (윤 일병) 부모님과의 만남을 수차례 원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며 “본인의 힘든 고통 속에서도 환자인 내게 베풀었던 의무병 본연의 모습…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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