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한 일정을 마무리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전 서울공항 앞에서 배웅하는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권위‧특권 버리고 소탈한 모습
눈높이 맞추고 상대 배려 ‘감동’
말보다 진심어린 행동에 환호

‘공감‧소통 리더십’에 사회 열광
교황 남기고 간 울림에 변화 희망
진정한 평화‧화해 지도자 필요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전 세계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다녀갔다. 종교지도자의 방문이었음에도 나라 전체가 그에게 열광하고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교황 열풍의 이유는 권위의식은 버리고 사람들과 공감‧소통하는 리더십을 그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 14~18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내내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와 파격적 행보가 연일 화제가 됐다. 국빈급 방문이었음에도 특권을 마다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서고, 가장 낮은 곳을 찾아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 위로하며, 말 한마디 통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진심어린 태도로 감동을 주었다.

그런 교황의 모습에 가톨릭 신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호감과 애정을 드러냈다.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 아쉬운 이 시대에 이순신 장군과 프란치스코 교황 신드롬이 일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원래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 파격적 행보로 유명했다. 교황의 권위 대신 성직자로서의 신념,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그는 역대 교황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화려한 교황 관저(apostolic palace; 교황궁) 대신 추기경들이 머무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내고, 교황 전용 리무진 대신 소박한 차를 타고 그마저도 방탄차를 거부하고 오픈카로 대중들과 직접 만난다. 격식보다는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난하고 낮은 자에게 다가가며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전 세계가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방문에서도 예의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권위를 내려놓고 상대를 배려하는 그의 소통 방식에 종교를 초월해 사람들의 존경과 찬사가 쏟아졌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아도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미사에 앞서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교황은 세월호 유족을 보자 차에서 내려 단식 34일째이던 김영오 씨의 손을 잡아줬다. 그리고 김 씨의 말에 경청하고 그가 전하는 편지를 받았다. ‘내가 아는 유일한 언어는 몸의 언어’라고 말했던 교황답게, 그가 세월호 유족이나 장애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모습은 그들의 지친 손을 잡아주고 힘든 어깨를 감싸주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 속에 교황의 진심이 전해졌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에게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해줬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기내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전했다.

교황은 18일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교황은 지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앞서 세월호 유족을 만나 노란 리본 배지를 선물받았다. 그는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에 나섰으며 이후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귀국길에서도 배지를 달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내게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며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방한 내내 세월호 유족에 깊은 관심을 보인 프란치스코 교황에 유족들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고 우리 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7일 해미성지에서 만난 아시아 주교단에게 “다른 이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것만이 아니라 말로 하지는 않지만 전달되는 그들의 경험, 희망, 소망, 고난과 격정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말을 실천하기 위해 장애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새터민 등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청년, 시민, 아기들까지 눈높이를 맞추고 진심으로 안아줬다.

스스로를 ‘하인 중의 하인’으로 낮춰 부르고, 커다란 종이에 아주 작게 사인을 남기며 스스로 작은 자라고 말하는 그의 소통 방식과 리더십은 종교계를 넘어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스스로를 낮추고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에 우리 사회가 감동을 받은 것이다.

네티즌들은 “교황의 낮은 데로 임하는 자세는 한국 종교 지도자들이 배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화합과 치유에 나선 교황의 모습처럼, 한국 사회도 진정한 평화와 화해의 모습에 나서는 지도자가 많아지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왼쪽 가슴 쪽 제의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선물한 ‘희망 나비 배지’가 부착돼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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