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루즈벨트, 쿠바 침략 앞장
키신저, 피노체트 쿠데타 지휘
이스라엘 베긴, 극우테러리스트
오바마, 첫 일정‘ 파키스탄공습’

▲ 노벨평화상 메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노벨상은 1901년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만들어진 5가지(평화, 문학, 물리, 화학, 생리·의학) 분야로 제정됐다(경제분야는 1969년부터 수상). 그중의 하나인 노벨평화상은 국가 간의 우호, 군비의 감축, 평화교섭 등에 큰 공헌이 있는 인물이나 단체에게 주어진다.

평화상은 다른 노벨상이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 한림원(스웨덴 아카데미) 등에서 선정하는 것과 달리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선정과 시상 권한을 갖고 있다. 이는 노벨의 유언에 따른 것으로, 노벨평화상은 노벨상 내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노벨평화상은 지금까지 모두 121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 중 개인 수상은 98명, 단체(조직) 수상은 25곳이다.

◆말 많고 탈 많은 역대 수상자들

노벨평화상 수상자 중에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 아웅산 수지 여사, 테레사 수녀 등 객관적으로 평화를 위해 헌신한 이들도 있으나 수상 명분이 의심스러워 ‘노벨전쟁상’이 더 어울린다는 비난을 받는 이들도 있다.

러‧일 전쟁 이후 평화협상을 주관한 공로로 19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국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 그는 1898년의 쿠바 침략에 앞장서고, 1904년에 중남미 국가가 ‘정치를 그릇되게 할 경우에’ 미국이 ‘간섭’해야 한다는 새로운 ‘독트린’을 반포했다.

또한 한국이 독립을 도와달라는 호소에 “그 무력한 나라를 우리가 도와줄 의미가 있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에 대해서는 인종주의자·침략주의자라는 비판이 있다.

칠레에서 피노체트 쿠데타를 지휘한 미국의 헨리 키신저(Henry A. Kissinger)에게 베트남 평화조약 협상 공로로 1973년에 평화상을 준 것은 ‘평화에 대한 조롱’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1978년 이스라엘 국무총리 메나헴 베긴(Menachem Begin)의 평화상 수상은 가장 큰 논란거리였다. 팔레스타인 난민과 가자·서안 지구 점령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음에도, 이집트와 평화조약을 체결했기에 준다는 수상 명분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베긴의 과거가 논란이 됐다. 1940년대 베긴은 팔레스타인의 가장 악명이 높았던 유대인 극우 테러리스트였기 때문이다.

1977년에 집권한 베긴은 이집트와 평화조약을 체결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다음 1982년 레바논 침략을 단행했다. 약 2만 명의 아랍인을 희생시킨 레바논 침략이 전세계적으로 비판 받자 베긴은 1983년에 하야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평화상까지 받은 베긴은 만년에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 죽음을 앞두고 거의 폐인이 됐다고 한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때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조차 “노르웨이가 미국에 아첨하기(fawning)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비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업무로 파키스탄 공습을 명령했었다.

이처럼 노벨평화상이 ‘정치적 논리와 이권’에 의해 선정되는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 노벨평화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