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호(1948~ )

별 없는 캄캄한 밤
유성검처럼 광막한 어둠의 귀를 찢고 가는 부싯돌이다
 

[시평]
시인에게 시란 어떠한 것인가. 때때로 구원도 아무 것도 되지 못하는 시에 매달려 몇 밤을 지새우는 시인들에게 시란 무엇인가. 밥도 무엇도 되지 못하는 것을 붙들고 오만 고뇌를 하며 온통 밤을 하얗게 보내는 시인에게 시란 과연 무엇인가.
별도 없는 캄캄한 밤. 그래서 천지 사위 아무 것도 분별할 수 없는 그 막막의 시간. 문득 유성검 마냥 어둠을 찢으며 스쳐가는 그 무엇, 시란 바로 시인에게, 우리에게 이러한 것이 아니겠는가. 광막의 어둠을 가르며, 우리 막혀있던 귀를 불현듯 찢듯이 열어주는, 그러한 불빛, 불빛 같은 것이 바로 시가 아닌가.
시란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아무 것도 되지를 못하는 것이지만, 불현듯 우리의 전신을 흔들며 우리의 삶 깊은 곳을 밝혀주는 그 무엇. 그래서 시란 우리에게 때때로 삶의 어둠 속 ‘번쩍’ 하고 우리를 밝혀주는 부싯돌 같은 것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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