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브라질월드컵이 한국 축구에 던지는 숙제-통합과 다양성
[스포츠 속으로] 브라질월드컵이 한국 축구에 던지는 숙제-통합과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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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이번 월요일 새벽 4, 알람시계처럼 정확하게 눈이 떠졌다. 신체 시계가 2014 브라질월드컵 결승 독일과 아르헨티나전을 꼭 보라고 일러준 것 같았다. TV를 켜니 전반전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독일이 경기를 주도해나가며, 아르헨티나의 역습 공세가 전후반 이어지더니 연장전에 들어갔다. 괴체의 한 방으로 독일이 월드컵 통산 4번째 챔피언에 오른 이날 결승전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통합다양성이었다.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선수들 모두 세계 축구의 슈퍼스타급들인데다 빼어난 개인기술과 강력한 팀워크로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했다. 통합적인 전력을 보여준 데는 독일과 아르헨티나는 결코 손색이 없었다. 독일은 뮐러 등 주전 선수들이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 최고 클럽 소속이었으며, 아르헨티나도 메시 등이 바르셀로나 등에 소속한 명실상부한 최고 선수들로 구성됐다. 결승까지 오를 정도로 양팀의 선수들은 개인기와 팀워크가 잘 짜여져 있었다.

하지만 선수 구성 면면의 다양성에서는 독일이 아르헨티나에 비해 훨씬 더 풍부함을 알 수 있었다. 독일은 가나 출신의 흑인 수비수 제롬 보아텡, 터키 출신의 메수트 외질, 튀니지 출신의 사미 케디라 등 여러 이민자 선수들이 독일 출신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었다. 게르만민족의 전통적인 순혈주의를 지켰던 독일이 2000년대 중반 이후 탈순혈주의를 표방하면서 나타난 변화였다. 이에 반해 아르헨티나는 자국 태생의 순 백인 선수들로만 구성돼 대조를 보였다.

독일의 요하힘 뢰브 감독도 따지고 보면 통합과 다양성의 분위기 속에서 명장으로 성장한 케이스였다. 단 한 번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 적이 없는 무명선수 출신의 뢰브 감독은 개인기량과 조직력을 잘 갖춘 팀으로 만들어 유로 2008에서 준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날 결승전에서도 교체카드로 내세운 괴체와 쉬얼레가 결승 합작골을 이끌어내면서 그의 지략은 빛을 발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사상 최악의 경기를 치른 영원한 우승후보브라질의 참패는 전력을 통합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독일에 7-1로 대패해, 브라질에서 열린 자국 대표팀 경기에서 지난 1975년 이후 최초의 패배를 큰 재앙으로 맞닥뜨린 브라질은 3, 4위전에서도 네덜란드에 3-0으로 완패, 브라질 축구 역사상 최고의 위기를 맞았다. 축구에 관한한 종교에 못지않은 열정을 갖고 있는 브라질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선수들의 개인 실력이 부족하기보다는 조직력과 팀워크를 제대로 한데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은 전력의 중심축이던 네이마르와 실바가 부상과 경고 등으로 결장하면서 미드필드 장악에 실패하고 통합적인 전력마저 흐트러져 사상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대책 등을 제시해준 좋은 기회가 됐다. 세계 축구에서 경쟁력이 없다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는 것은 그림의 떡이라는 사실이다. 2002 ·일 월드컵 4, 2010 남아공월드컵 원정경기 첫 16강 등의 성과를 올렸던 한국 축구는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서는 결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선수 및 감독 선발 등에서 기존의 시스템만을 고집하며 축구의 변화에 둔감한 협회 행정 등 전반적인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세계 축구 선진국과 결코 경쟁하기가 어렵다. 특히 전반적인 축구 문화를 아우르는 통합과 다양성이 흐르는 축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한국 축구가 살 수 있는 길이다. 앞으로 이러한 세계 축구의 흐름에 얼마나 한국 축구가 잘 부응해 나갈 것인가? 이번 브라질월드컵이 한국 축구에 던지는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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