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원 실상사 정원시설 원지 현황. (사진제공: 불교문화재연구소)

“원지·수로시설, 다른 사찰에 없는 독특한 형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불교문화재연구소가 남원 실상사의 폐사지 발굴조사 결과 고려시대 대형 정원시설 연못인 원지(苑池)를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확인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정안스님)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남원 실상사(사적 제309호) 양혜당과 보적당 건립부지에서 독특한 모습의 고려시대 사찰의 원지(苑池)를 온전한 상태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원지와 수로시설은 다른 사찰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독특한 형태”라며 덧붙였다.

연못 길이는 16m, 폭 8m 크기로, 바닥은 40~50cm 내외의 강돌(천석)을 바닥에 촘촘히 깔아 편평하게 만든 둥근 형태이다. 천석을 이용해 3단 높이로 쌓아 올렸으며 정중앙에 다른 강돌과 달리 청색 빛깔의 돌을 깔았다는 점도 특징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입수로는 원지 북쪽에서 남쪽방향으로 폭 1.2m 전체 길이는 42.6m 규모”이며 “발원지는 북쪽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쪽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연못을 중심으로 건물지 2동, 석렬(石列) 1기, 담장지 1기 등도 확인됐으며, 연화문 수막새(목조건축 지붕의 기왓골 끝에 사용됐던 기와)와 초화문 암막새, 실상사라는 명칭이 조각돼 있는 기와 조각 등 유물 80여 점도 함께 발굴했다. 또 이번 발굴 지역이 현재 실상사 담장 밖이라는 점에서 고려시대 실상사 규모는 훨씬 더 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소 실장은 “국내에서 그동안 출토된 연못 형태는 방형(네모반듯한 모양)이다. 그러나 이번에 출토된 연지는 타원형에 가깝다”며 “40m가 넘는 입수구 등 배수구조가 잘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이 원지는 고려시대 초기에 제작된 것이다. 선종 가람에서 원지의 기능과 의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유구로 판단된다”면서 “고려시대 불화인 ‘관경16관변상도’에서 연지와 배수가 확인되고 있어 고대정원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오는 16일 발굴조사 결과 확인된 유구와 유물의 처리, 정비 방안 등에 대한 전문가 검토회의를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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