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에 대한 강제 철거 행정대집행이 개시된 11일 오전 부북면 평밭마을(129번) 농성장에서 경찰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온 수녀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가난한 자들 힘으로 눌러 얻는 평화는 거짓 평화… 대화로 대안 마련”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경남 밀양시가 경찰 지원 속에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농성장에 대한 강제철거에 나서자 종교계가 행정대집행을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11일 밀양 송전탑 농성장에 대한 밀양시의 행정대집행을 중단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천주교 정평위는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를 향해 “불상사가 예견되는 현재의 행정대집행을 당장 멈추어 달라”며 “지금이라도 대화로 사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고 가난한 이들의 호소를 힘으로 눌러 얻는 평화는 거짓 평화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종일 밭을 매느라 구부정해진 노인들의 움막을 철거하기 위해 2500명의 경찰병력이 에워싼 것은 실로 위협적”이라며 “정부와 한전은 지난 4년간 골절과 뇌출혈, 마을주민의 잇따른 희생 등 공권력에 의한 일상적인 폭력과 인권침해에 시달려온 마을 주민들의 마지막 소리에 지금이라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생명윤리위원회도 같은 날 ‘밀양 765KV 송전탑 강제 행정대집행’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는 긴급항의서한을 이성한 경찰청장에게 보냈다.

NCCK 생명윤리위는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 현장에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 행정대집행 계획을 즉각 철회해 달라”며 “밀양 주민들의 입장에 서서 대화와 협의를 통해 강제 행정대집행이 아닌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9년 용산 참사에서 보았듯이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 행정대집행을 강행하면 또 다른 희생이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불교계도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공권력 투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는 성명을 내고 “큰 불상사가 예견되는 공권력 투입을 멈추어 달라”고 촉구했다. 결사추진본부는 “불교계를 비롯해 종교인들이 대화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며 “더 이상의 불행을 막기 위해 정치권도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고립돼 극도로 흥분한 주민들에게 경찰력을 투입한다면 불행한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은 불 보듯 하다”면서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함에 젖어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사회적 불행이 발생한다면 이 공동체에 절망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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