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바라-축복’] 神 향한 찬란한 몸짓 “내 다리는 기둥, 몸은 성소”
[영화 ‘ 바라-축복’] 神 향한 찬란한 몸짓 “내 다리는 기둥, 몸은 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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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인공 ‘릴라(왼쪽)’가 힌두교의 여러 신 중 하나인 ‘크리슈나 신(오른쪽)’과 결혼하는 상상을 하고 있는 모습. 영화 스틸 컷. (사진제공: 영화사 화수분)

인도 어느 무희의 사랑 이야기
숨은 종교요소 찾는 재미 쏠쏠
탁월한 영상미 연출한 미장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부자들은 시바 신을 위해 신전을 짓지만 가난한 나는 무엇을 할까? 내 다리는 기둥, 몸뚱이는 성소, 머리는 황금 지붕이 되리/ 서로 만나는 강의 신이여/ 우뚝 선 것은 무너지나 움직이는 것은 머무르리니(바사바나820)’

인도의 철학자 바사바나의 문구이다. 영화 ‘바라-축복’는 힌두교적 색채가 진한 바사바나의 문구로 시작을 알린다. 힌두교를 빼놓고 인도 문화를 설명할 수 있을까.

영화는 인도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힌두교 신앙을 갖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주인공인 무희 ‘릴라(샤하나 고스와미)’와 남주인공 ‘샴(다비쉬 란잔)’의 로맨스에서도 신앙은 빠질 수 없는 큰 축이 됐다. 이 때문에 영화 곳곳에 숨어 있는 종교적인 요소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먼저 영화 곳곳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을 신뢰하는 힌두교도의 신앙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신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릴라는 신의 아내로 불리는 무희 ‘데바다시’의 딸로 등장하는데, 그의 방에는 힌두교의 여러 신 중 하나인 크리슈나 신의 그림이 걸려 있다. 그는 이 그림 앞에서 춤을 추고 기도하는 등 신심을 표했다. 산 속에는 신상이 있어 릴라는 그의 어머니와 함께 신을 위한 춤을 췄다. 릴라는 크리슈나 신과 결혼해 그의 아내가 되길 꿈 꿨다. 마을 축제 때가 되면 주민들은 최고로 아름다운 신상을 만들어 세우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겼다. 샴은 온 정성을 다해 신상을 만들었다. 주민들은 그 신상을 마치 신처럼 여기고 받들었다.

눈여겨볼 것은 인도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힌두교도와 13%를 기록하는 무슬림 사이의 관계를 표현한 대목이다. 힌두교는 신상을 신성하게 여기지만, 무슬림은 신상을 우상이라고 여기고 다 파괴한다. 영화 속에서 무슬림들은 힌두교도가 신상을 만드는 데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슬림이 신상을 만들면 가차 없는 폭행으로 신체 일부를 못쓰게 만들어버리는 등 잔혹함을 보였다.


▲ 왼쪽사진부터 샴(왼쪽)이 마을 무슬림 토기장이의 집에서 신상을 만지고 있는 모습, 릴라가 크리슈나 신상 앞 향로에 불을 피우며 기도하는 모습, 릴라가 인도 전통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영화사 화수분)

또 무슬림이 힌두교도와 교류하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자체로 감시의 대상이 됐다. 유일신을 신봉하는 무슬림들은 여러 신을 모시는 힌두교도들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인도에서 힌두교도와 무슬림의 관계는 좋지 않다. 지난 2002년 2월 발생한 무슬림과 힌두교도들 간 종교분쟁은 2달 동안 85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 분쟁은 무슬림들이 힌두교도들을 태우고 가던 열차를 습격해 방화하는 게 발단이 됐다. 인도가 독립하면서 파키스탄과 분리된 데에도 무슬림과 힌두교도 간 분쟁이 주원인이다.

영화에서는 물을 신성하게 여기는 힌두교 풍속도 살펴볼 수 있다. 힌두교에서는 히말라야 산에서 발원하는 갠지스강을 신성하게 여겨 태어나자마자 이 강에서 세례를 받으며 죽을 때에는 이 강에 화장한 재를 뿌린다. 강물로 영혼이 속죄받기를 바라는 염원에서다. 이 강물에 목욕재계하면 모든 죄를 면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이 영화에서도 신성한 연못이 등장한다. 이 연못을 지키는 사제가 있으며 주민들은 이 물이 사람에 의해 더러워지면 재앙이 온다고 믿고 있다. 이는 릴라에게 연꽃을 선물하러 연못에 들어갔다가 들킨 샴이 주민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이유가 됐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96분 러닝 타임 내내 눈을 즐겁게 해주는 영상미이다. 여름 냄새 물씬 풍기는 녹색 초원, 열매 같은 붉은 옷을 입고 나온 여주인공, 흰색 하의를 걸친 남주인공이 선명한 대비를 이룬 장면이 있다. 영화 속 색채는 화려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화려함이 눈을 만족시켰다. 인도 전통 춤인 ‘바라타나티암’ 추는 여인네들의 섬세한 동작들도 전통 복장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이는 부탄의 고승이자 감독인 키엔체 노르부가 전 세계에서 모은 글로벌 팀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미국 출신 브래드포드 영과 장숙평 편집감독, 제레미 토머스 등 각 분야 쟁쟁한 전문가들을 불러모았다. 인도의 전통을 더 잘 표현해내기 위해 스리랑카까지 가서 자연풍경을 담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세계 각국 영화평론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미 내로라하는 세계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이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5일 정식 개봉했다.

▲ 릴라(왼쪽)와 샴(오른쪽)이 초원에서 만나는 모습. (사진제공: 영화사 화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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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헌 2014-06-12 22:34:07
뛰어난 색감이 사람의 눈을 붙잡는군요..
신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듯....
종교영화인 것 같은데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