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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키우겠다’는 이혼 부모 늘지만 지원은 그대로
“사명감만으로 키우긴 어려워… 정부는 아직 몰라”
79% 양육비 부담스러워… 지원금, 기저귀 값도 못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아이를 직접 키우겠다는 미혼모가 늘고 있지만 경제적 지원이 여전히 부족해 한부모(혼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혼외 출생 등록자는 1981년(9741명) 이후 가장 많은 1만 144명이다. 반면 지난해 입양된 아동은 922명(국내 686명, 국외 236명)으로 2012년(1880명)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유기된 아동의 숫자도 2012년 6926명에서 지난해 6020명으로 906명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입양 아동의 90% 이상이 미혼모나 미혼부의 자녀인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직접 아이를 키우는 경향이 늘어난 것이 입양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힘들게 양육을 결정하면 경제적 위기가 한부모들의 숨통을 조인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1년 청소년한부모 39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청소년한부모 생활실태조사 및 자립지원 방안 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한부모의 79%가 자녀양육비 등을 포함한 생활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아이 양육을 위한 주거환경(7.4%)’ ‘나와 아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4.6%)’ ‘아이 훈육 및 학습지도(2.8%)’ ‘아이 건강문제(2.6%)’ ‘양육시간 부족(1.5%)’ ‘양육으로 인한 피로(1.3%)’ ‘주변의 편견과 시선(0.8%)’ 등의 순으로 나왔다.

사회로부터 받는 차별과 편견보다 경제적 부담이 더 큰 셈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미혼모 강지영(20대) 씨는 아이 양육비에 월급의 절반 이상을 써 생활고를 겪고 있다. 백화점에서 일을 하는 강 씨는 한 달에 180만 원 정도 번다. 일하는 시간에 아이는 아이돌보미에게 맡긴다.

하지만 돌보미가 지원되는 시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시간을 다 사용하면 나머지 시간에는 100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 반년 일해 받은 월급을 아이 맡기는 데 다 소비해야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이처럼 한부모에게 지원되는 자녀양육비는 턱없이 부족했다. 미혼모들은 경제활동과 동시에
자녀양육을 해야 하는 부담감을 홀로 감당하고 있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2인 가구 기준 한 달 126만 6500원) 이하인 성인 미혼모에게 아동이 만 12살이 될 때까지 월 7만 원, 최저생계비 150%(2인 가구 기준 한 달 146만 1347원) 이하인 청소년 미혼모에게 월 15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어린이집 재료비, 특별활동비, 기저귀 등 자녀 양육비 정도도 내지 못하는 금액이다.

여성가족부에서 제공하는 시간제 돌봄 서비스는 소득 수준에 따라 연 480시간, 연 720시간 지원되지만 일주일에 5일, 한 달에 4주를 맡긴다고 하면 하루 2~3시간밖에 사용할 수 없다.

돌봄 서비스를 더 사용하려면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민간업체보다 저렴하다고 해도 시간당 5500원의 유료 서비스는 한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불충분한 지원체계는 한부모들이 양육시간 확보가 쉬운 낮은 임금의 시간제나 일용직에 종사하도록 해 자녀세대로 빈곤이 이어질 가능성을 높였다.

김혜영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불안정한 경제 및 주거상황은 자녀에 대한 죄책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귀결된다”며 “사명감만 갖고 키우기에는 현실이 너무 어려운데 정부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녀양육은 마라톤 경주다. 한부모 가정에 대한 충분하고도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검토돼야 할 것”이라며 “한부모를 지원하는 다양한 주체가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공조 및 경합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혼한부모를 지원하는 여성가족부와 방임‧입양‧유기 등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가 한부모 가족지원과 여성을 중심으로 긴밀한 협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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