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도담학교 1기 졸업생
굳은 의지로 아이 낳았지만 사회 시선 곱지 않아
보건소 직원, 미혼 한부모라는 이유로 무시하기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통계청이 발표한 ‘2010 장래가구 추계’에 따르면 2020년 전체가구 대비 한부모 가구 수는 9.7%(193만 가구)다. 머지않아 10가구 중 1가구는 한부모 가구가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한부모 가구는 다른 나라에 있는 것도, 먼 지역에 있는 것도 아니다. 한부모 가족 중에서도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 중인 도담학교 1기 졸업생인 미혼 한부모 박지유(가명, 20, 여) 씨를 만나 피부로 느끼는 한부모 가족의 어려움을 들어봤다.

◆동사무소 직원 “마리아야?” 무시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뒤 아이를 낳고 싶었는데 배가 불러와서 11월 말에 자퇴하게 됐어요. 검정고시 보려고 해도 신생아를 보면서 혼자 공부하니 쉽지 않았죠. 결국 검정고시에 떨어졌어요. 헤헤.”

18개월 된 아들이 있는 박지유 씨는 긴 머리에 앳된 얼굴, 예쁜 미소로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박 씨가 뱃속에 귀한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많이 당황했지만 낳아서 기르자는 남자친구의 말을 믿고 부모님에게 숨긴 채 학교에 다녔다.

무거워진 몸으로 등교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 무렵 양가 부모님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발각됐고 낙태를 강요받았지만 박 씨의 굳은 의지로 아들을 낳았다. 이후 남자친구가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다”고 말한 뒤 떠났고 행복할 줄 알았던 생활은 기대와는 달랐다.

세상에 홀로 서게 된 박 씨는 한부모에 대한 지식이 없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박 씨는 “한부모, 미혼모 등의 단어조차 몰라서 인터넷 검색조차 할 수 없었다. 학교에서도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았고, 알려줬다 해도 한 번 듣고 그냥 지나쳤다”고 설명했다.

어린 엄마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아이 예방접종 등의 문제로 보건소를 찾았을 때 박 씨가 한부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직원은 자신의 할 말만 하고 박 씨의 질문을 무시하는 행동을 했다.

박 씨에 따르면 이 같은 일은 흔한 것이다. 한 미혼 한부모가 동사무소에 출생신고를 하러 갔을 때 아이 아빠가 없다고 하니 직원이 “마리아야?”라며 비아냥거렸다. 이 말을 들은 당사자가 해당 동사무소에 건의했고 나중에 직원이 근신처리 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미 받은 상처는 지워지지 않았다.

◆도담학교 다닌 후 검정고시 ‘합격’

아이 5개월 됐을 때 박 씨는 지인으로부터 검정고시 학습비를 지원해주고 아이를 돌봐준다는 한부모지원센터의 도담학교를 소개받았다.

“가장 먼저 아이를 먹여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잘돼야 아이한테 맛있는 음식도 먹이고 공부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목표가 생겼죠. 도담학교에 다니면서 아이를 맡기고 공부할 시간이 늘다 보니 집중이 잘돼서 성적이 잘나와 검정고시에 합격했죠.”

센터를 다니면서 많은 정보를 접한 박 씨는 새로운 목표를 계속 찾게 됐다. 박 씨는 “보육 쪽 자격증을 취득해 보육교사가 되는 게 목표”라면서 “아직 현실적인 문제가 많지만 앞으로 열심히 할 계획”이라며 활짝 웃었다.

한부모에 대해 무지했던 박 씨는 인터넷 카페에 한부모 정보를 게재하는 등 이젠 전문가가 됐다.

◆지자체도 한부모에 대한 정보 몰라

사회에 나온 한부모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박 씨에 따르면 여건이 안 되는 한부모는 아이 기저귀를 아끼려고 한 시간 더 늦게 갈아준다든지 분유를 다섯 스푼 넣을 것을 세 스푼을 넣는다. 아이한테 좋은 음식과 좋은 옷을 입히고 싶은 마음은 어느 부모나 같다. 이렇게 사정이 어려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는 한부모들의 마음은 찢어진다.

나라에 도움을 받기 위해 지자체를 찾아도 도움을 받기는 힘들다. 박 씨는 “많은 한부모가 경제적으로 힘들어 어렵게 마음을 먹고 지자체를 찾지만 직원이 정보를 제대로 몰라서 지원 나오는 것도 못 받고 헛걸음을 한다”며 “또 한부모라고 해서 동사무소나 구청 등 지자체에서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한부모들은 정말 힘들게 아이를 키우고, 아이를 키우고 싶은데도 입양 보내야 하며, 아이가 아픈데도 병원을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지자체 직원이 먼저 한부모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자체에 한부모 길라잡이 책을 비치해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 많은 한부모가 다른 일로 지자체를 찾았다가 책자를 발견해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일반인들은 그 책을 보고 한부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박 씨의 말이다.

“아이한테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공부를 잘하거나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책임감이 강하고 배려심 많은 아이로 자라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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