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제공: 각사 취합) ⓒ천지일보(뉴스천지)

“제조사 재고 털어 좋고… 이통사 매출 올라 좋고”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얼어붙은 통신 시장에 ‘출고가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재고를 털고 수익을 맞춰야 하는 제조사와 보조금 경쟁 대신 다른 방법으로 가입자를 유치해야 하는 이동통신사 간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처벌로 이통 3사 영업정지가 본격화된 3월부터 출고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기존에는 출시된 지 한참 지난 제품들 위주로 인하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최신 폰들도 인하가 이뤄지고 있다. 출시부터 출고가를 낮춘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KT는 28일 영업재개가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KT전략폰을 중심으로 출고가 인하를 단행했다. KT 전용폰인 ‘LG 옵티머스GK’와 ‘갤럭시S4 미니’ , ‘LG L70’의 가격을 일제히 25만 9600원에 맞췄다. 옵티머스GK와 갤럭시S4 미니의 인하 전 가격은 각각 55만 원, 57만 원이다. L70은 시작부터 출고가가 25만 9600원이라는 파격가에 제공됐다. 원래 LG전자가 알뜰폰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출시하려던 제품이었지만 KT 측의 제안으로 이통사 출시가 결정되면서 출고가 인하 바람에 동참했다.

LG유플러스도 전용모델을 대상으로 출고가를 낮췄다. 이달 LG유플러스의 단독영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89만 9800원이던 옵티머스GK의 출고가를 63만 8000원까지 낮췄다. 이통3사 동시 출시된 팬택 베가시크릿업도 인하를 추진하려다 팬택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무산됐다.

SKT는 좀 더 앞서 출고가를 낮췄다. 이통 3사 영업정지 처벌 기간에 가장 먼저 단독 영업을 했기 때문이다. 올 초 출시된 지 1년가량 된 갤럭시S3와 팬택 베가 LTE-A의 출고가를 내렸고 3월에는 갤럭시 POP과 갤럭시 코어 어드밴스의 가격을 낮췄다. 갤럭시 POP은 62만 1500원에서 31만 9000원으로, 갤럭시 코어 어드밴스는 41만 300원에서 31만 9000원으로 내렸다. 더불어 내달 다시 영업정지가 재개되는 시점에 맞춰 제조사 측과 출고가 인하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 같은 추세는 이통 3사 모두 영업정지가 풀린 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영업정지로 실적에 타격을 입은 데다 보조금‧장려금 단속에 대한 정부의 의지도 강해 당분간 출고가 인하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기존 출시된 제품의 가격 인하뿐 아니라 앞으로 출시될 제품의 출고가 인하도 활발히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결국 스마트폰에 대한 거품이 빠져나감으로써 소비자들도 단말기 가격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보조금으로 혼탁해진 통신 시장도 장기적으로 안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나타나는 출고가 인하 현상은 일시적인 상황일 뿐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통사의 요구도 있었겠지만 5~6월 신규 모델 출시에 앞서 재고 소진을 위한 이벤트성 출고가 인하가 주를 이루고 있다”며 “건강한 이통 시장을 위해 제조사는 거품을 뺀 가격정책을, 이통사는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 혜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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