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공

이승희(1943~)

구릿빛 손가락으로 맥도날을 먹는다
공사장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며
건너편 뮤지움을 멀건이 바라본다
들고나던 사람들은 먼지처럼 흩어지고
지나가던 노을 피곤한 얼굴을 씻어 준다
무초 뜨레빠고 로땡코 띠네로*
불법체류의 굵은 땀방울로 높아지는 빌딩 숲
슬픈 노숙의 땅 아메리카의 노동

* 일은 많이 시키고 돈은 조금 준다는 뜻

[시평]
미국은 한때 이민자의 천국이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그래서 지금도 미국의 서부 어느 지역을 가보면, 백인들보다는 유색인들이 더 많은 경우를 왕왕 본다. 그만큼이나 많은 이민자들이 꿈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에는 불법 체류자 또한 많다.
맥도날로 점심을 때우고, 벽돌공으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불법체류의 남미 어느 나라에서 온 듯한 사람들. 이들에게 미국은 한 때는 희망의 땅이었지만, 지금은 슬픈 노숙의 땅, 슬픈 아메리카의 노동이다. 새로운 삶을 찾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그래서 이제는 반평생 이상을 미국이라는 이국에서 살아온 시인의 눈에, 이들 안쓰러운 이민자들이 결코 남들 같지가 않았으리라.
건너편 뮤지움도, 이 뮤지움을 들고나는 사람들도 이들 노동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다만 풀풀 날리는 먼지에 불과할 뿐, 아무러한 관심이 되지를 못한다. 풍요의 땅으로만 알려진 미국에서도 가난과 힘듦이 있음을, 그리하여 이들에 의하여 빌딩의 숲이 하나, 하나 높아 감을, 시인은 풍요 속에 감추어진 또 다른 얼굴을, 이들 불법 체류자들을 통해 이렇듯 토로하고 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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